22년 검사생활 마감하고 법무법인 동인에 둥지
프로급 성악실력으로 유명세… “고향분들께 봉사”
 

 

2005년 민주노총 총파업사태로 긴장감이 흐르는 대검찰청 공안부, 조주태 공안2과장이 살며시 대검 청사를 빠져나간다. 며칠을 사무실에서 지새웠는지 초췌한 얼굴에 수염이 까칠하다. 그래도 발걸음은 뛸 듯 가볍고 눈은 생기 있게 빛난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무슨 일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금부터 공안부 검사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조주태 변호사는 검사 재직시절 성악 하는 검사로 유명했다. 검사생활 틈틈이 음악공부를 했다. 성악동아리 활동을 하고 레슨도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청사를 벗어나 검사복을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그는 딴 사람이 됐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의 바리톤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화려한 변신, 그는 또 하나의 재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22년의 검사생활을 정리하고 지난달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주태 변호사.

조 변호사의 어릴 적 꿈은 검사가 아니라 성악가였다. 음악을 한 형의 영향인지 노래를 곧잘 했다. 창선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교회 찬양대에서 활동했다. 진주고를 다닐 때는 음대를 가려고 소프라노에게 성악레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레슨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부모님의 반대로 한국외국어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그렇게 성악가의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성악은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시절 서울경향교회와 서울남교회 찬양대에서 활동하며 성악을 계속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2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첫 발령을 받고 바쁘게 지내는 동안 음악을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러다 2005년 대검찰청 공안2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마추어 성악동호인 모임인 ‘데뮤즈(Demuse)’에 가입했다. 데뮤즈는 매년 자선음악회를 열어 소아암 환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조 변호사는 월 1회 정도 레슨을 받아가며 틈나는 대로 연습해 오페라 아리아와 국내외 가곡 등을 소화해 냈다.
그동안 법조협회 주최 법조음악회, 검찰 설립 100주년 기념음악회, 경남농업기술연구원 설립 100주년 기념음악회, 소년소녀가장돕기 희망콘서트 등 여러 연주회에 초청돼 노래실력을 보여주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장과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재직 시에는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자선음악회를 개최하고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이나 범죄피해자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썼다.
조 변호사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듯 검찰도 편안한 음악처럼 국민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했다”며 “검찰이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5월 서울고검 검사를 끝으로 22년 검사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동인에 변호사로 둥지를 틀었다. 조 변호사는 검사시절의 대부분을 특별수사와 공안 분야에서 보냈다. 당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아그룹 분신회계 및 비자금 조성 사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농협중앙회 공금횡령 사건, 5ㆍ18민주화운동보상금 편취 사건, 한국통신 납품관련 뇌물수수 사건, 서울대 입시비리, 부장판사 석궁테러 사건, 숭례문 방화사건 등이 그가 수사하거나 지휘한 것들이다.

그는 평검사 시절부터 묵묵히 일 잘하는 검사로 알려졌다. 지금도 조용하지만 핵심을 놓치지 않는 말투와 깔끔한 외모에서 검사시절 몸에 밴 강인함이 묻어난다. 그는 검사의 직분을 ‘소명의식’으로 설명한다. “국민의 안전과 편안한 삶을 보장하고 국가의 존립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소명감이 검사의 매력 아니겠나.”
특수부와 공안부를 거쳤다고 물론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검사 캐릭터는 아니다. 진주지청장 시절에는 지역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목욕봉사를 펼쳤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시절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배식봉사, 중고생 방문 법질서 강의, 주민초청 청사 견학 및 모의법정 행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섰다. 그는 “검찰이 부정부패 척결 등 본질적인 사명을 다하면서도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법무법인 동인에서 조 변호사는 형사소송, 노사관계, 기업법무, 법제컨설팅, 증권금융 등의 사건을 전문분야로 맡고 있다. 검사로 재직하며 바쁜 일정과 공직이라는 특성상 고향분들께 도움을 못 드린 것이 못내 아쉽다. 변호사로서 이제는 마음껏 법률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
성악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찾았던 특별한 검사 조주태, 이제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국민을 섬기는 것, 약자를 배려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무실 : 서울 서초구 서초2동 삼성생명 서초타워 17층 ☎ 02)2046-0684
/이대호 기자 ldh9142@naver.com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