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 귀농지 적합도 낮아, 귀촌활성화에 주력해야

교육·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 및 은퇴자단지 검토 필요

 

지난 4월말 현재 남해군 인구는 전월 대비 38명 감소한 4만7708명으로 조사됐다. 우리군의 인구는 조사할 때마다 많게는 150여 명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산업단지 유치 실패 등 인구증가를 견인할 요인이 지지부진한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남해군 역시 전국 농어촌의 공통관심사인 귀농·귀촌에 대해 꾸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행정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군 행정이 인구증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회색빛 도시를 떠나 푸른하늘과 들판, 넓은 바다가 있는 곳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점점 늘어가는 지금,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남해군의 귀촌·귀농 정책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남해는 귀농 부적합지?!

먼저 남해 귀농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해 남해군은 귀농자들이 활용할 만한 토지나 주택이 적은데다가 지가(地價)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토질 역시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어 아쉽지만 귀농지로는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관내 귀농·귀촌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농정기획팀에 의하면 8000ha에 이르는 관내 농경지 중 유휴 경작지는 1000ha 정도이며 그나마 농로확보가 안돼 정상 경작이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또한 본지 취재결과 장흥군이나 거창군 등 인근 군 단위 지자체의 경우 3.3㎡당 3~5만원 선이면 경작할만한 땅을 확보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남해군의 경우 경작하기 좋은 전답은 3.3㎡당 10만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2011년 95가구 178명, 지난해 123가구 281명으로 남해 유입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은 귀농자보다는 남해의 자연환경을 보고 귀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농정기획팀은 지난해 남해를 찾은 전입자 중 귀농자 비율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며 귀촌자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남해군은 귀농보다는 귀촌에 초점을 맞추고 종합적인 외지 이주자 유치 전략을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귀촌 장려를 위한 전제조건은?

귀촌자들은 젊은 연령보다는 50대 이상의,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고 장성한 자녀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교육, 문화, 의료, 여가활동 등이 자연환경과 함께 귀촌을 고려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인트다.

또한 은퇴연령에 달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은퇴 후 휴양에 방점을 둔 자연환경 등이 주요한 포인트지만 지속된 경기 침체로 도시생활에 버거움을 느끼고 전원생활을 겸한 인생 제2막을 꿈꾸는 이들, 연령대로는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이들에게 중요한 귀촌 결정 요인은 자녀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례로 우수한 교육저변으로 귀농·귀촌자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경남 거창군의 경우 관내 7개의 고등학교와 2개 대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인구 6만여명 가운데 초·중·고교생수가 1만명에 육박해 인구대비 16%에 달하는 청소년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거창군은 세 자녀 이상 전입자 가정에 고등학교 입학생이 있을 경우 수업료와 입학금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에 비해 남해군은 지난달 말 현재 4만 7708명의 인구 가운데 4691명의 초·중·고교생을 보유, 청소년 비율이 전체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관내 교육자들은 ‘남해군이 나서 관내 학교에 대한 홍보를 지원, 다수의 타지 학생을 유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귀촌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고교 교장은 “우리학교가 자체적 노력으로 학생의 대부분을 타지학생들로 구성하는데 여러 해의 시간이 걸렸다. 만약 군에서 남해의 고품질 교육환경에 대한 홍보에 나서줬다면 그 절반의 시간이면 가능했을 것”이라며 “남해군은 인문계열 고교와 IT계열의 정보고등학교, 특성화 학교인 해양과학고 등 교육조건이 좋아 사회적 지원망이 보완된다면 관내 고등학교에 전학하고자 하는 도시 학부모들에게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귀촌과 교육환경 병행발전에 무게를 둔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교장선생님의 말처럼 관청이 나서서 귀촌과 교육환경 개선을 병행하는 형태의 융합정책이 시행된다면 자녀를 둔 귀촌인들의 유치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환경 역시 귀촌자들이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남해군이 가장 취약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군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은 관이 정기적으로 기획․제공하는 몇 번의 공연이 전부다. 이는 군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려는 남해군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다양한 문화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행정의 기획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대도시에서는 불과 10분~20분 거리에 있는 흔한 영화관이 남해군에는 단 하나도 없는 등 불모지에 가까운 남해군 문화의 현주소는 시급히 보완해야할 사항이다.

 

▶은퇴자 휴양단지 조성, 관심 커져야

경제력이 있는 귀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주지를 조성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단양군은 이는 관내 13만 여㎡ 면적에 조성되는 75가구의 주택지를 귀농·귀촌자들에게 제공키 위한 ‘옛단양농어촌뉴타운’ 분양공고를 냈다.

뉴타운 내 주택들은 88㎡~100㎡ 규모로 일가족이 살기에 적합하고 분양가 역시 해당면적의 신축 주택으로는 저렴한 편인 1억2500만원~1억5500만원 선 이어서 귀촌을 원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를 남해군에 적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해 봄직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남해군이 과거 ‘남해안권 발전종합계획’을 통해 추진하다가 사장된바 있는 ‘은퇴자 휴양단지 조성사업’을 재추진, 주거 및 의료·체육·휴양시설을 갖춰 분양하는 방법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 미국마을 등 해외동포마을을 조성·운영하고 있으며 재일동포마을을 추진중인 남해군의 저력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일이다.

 

▶초점은 귀촌(歸村)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귀촌자 및 군민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야할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농정기획팀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전담이 아닌 여러 가지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해 귀농·귀촌과 인구증대라는 중대한 사안에 비해 행정력 지원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귀촌자로 인한 남해군 인구증대, 더 나아가 결혼하는 젊은이들의 남해정착을 통한 자연적 인구증가를 위해서도 귀농·귀촌자들을 유입·관리하고 매력적인 교육, 문화적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전담 테스크포스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발 더 나아가 이미 귀촌한 이들 또는 귀농인들의 정기적인 관리로 전입자들의 지역내 융화 부족으로 인해 다시 이탈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노력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귀촌 정책을 남해군 행정부서 단 한 곳의 업무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교육·문화·의료·복지 등 다방면이 융합된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전략적이고 복합적인 ‘종합 귀촌 가이드라인’의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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