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체결 1년 전부터 토지매수 실무 추진, 유치 바탕 초석 다져
“모두의 땀 모인 결실, 기대 큰 만큼 그 이상의 효과 거두길”

지난 16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남해군과 대명그룹, 경남도의 ‘설리지구 리조트 조성사업 투자협약 체결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언론의 카메라 앵글이 협약 당사자인 정현태 군수와 대명그룹 박흥석 총괄사장,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향해 있을 당시 그 장면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한 사람, 남해군 건설교통과 최금수 주무관. 이날이 있기까지 1년 동안 그가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모인 결과가 대명리조트 투자 협약 체결식이었다.
시간은 1년 전인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명이 남해군에 전향적인 리조트 조성사업 투자 의향을 밝힌 뒤 남해군은 이 투자유치의 성공은 사업대상지 토지 매입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판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그간 각지의 리조트 조성사업 추진 및 토지 매입 과정에서 토지주들과의 이해가 상충되는 경험을 겪었던 대명측에서는 투자의 조건으로 남해군의 사업대상지 매입 대행을 희망했고 1200억원이란 대형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남해군은 토지매입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사업 추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업무. 그 업무가 최금수 주무관의 손에 떨어졌다. 갖은 행정업무 중 뭐 하나 쉬운게 있으랴마는 다수의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3D 업무 중 하나가 토지매입 및 보상업무다.
늘 있는 토지주들의 보상 기대심리 탓에 협의가 쉽지 않은 것도 고충이고, 최 주무관이 그간 맡았던 행정 주도의 사업과는 달리 민간투자사업의 특성상 협의 초반에는 투자자 정보조차 노출시킬 수 없어 보안을 유지해야 했던 것도 고충이라면 고충이었다. 거기다 속된 표현으로 실컷 토지주 설득해 매입협의 위임까지 받아놓은 상황에서 대명이 손털고 일어나면 그는 물론이고 남해군이 ‘물 먹고 바보되는 상황’.
총 사업대상지내 그가 협의해야 할 땅은 38개 필지, 그가 만나야 할 토지주만 26명이었다. 그것도 대다수가 서울, 경기 인천, 충남 공주 등지에 거주하고 있고, 가까워봐야 부산, 창원 정도.
먼 곳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에 서울에 있는 토지주들 만나러 가면 기본이 2박3일 출장. 협의 초반 3개월 동안 주행거리만 1만2천km가 넘었다. 그렇게 찾아가 설득 반, 읍소 반으로 협의를 마치고 돌아오면 내려오는 길에 전화 한 통에 원점으로 돌려버리는 토지주들도 태반이었다. 중간에 포기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몽니’를 부려대던 토지주도 물론 있었다.
지나고 보니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는 토지주가 있었다는 그다. 협의 초반 두 필지를 가진 토지주를 찾았더니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 중인 향우분이더라고. 오늘 내일 사경을 넘나들며 투병하고 있는 이에게 “땅 사러 왔습니다”는 말이 쉽게 나올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다 가족들을 통해 토지 매입의사를 전해 놓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결국 투병 중이던 이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했다. 몇 차례 협의를 위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넉넉지 못한 형편에, 아버지를 잃은 이제 갓 100일된 아기까지…. ‘때려 죽여도 못할 짓’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란다. “이 땅이 내가 가진 전부요. 남은 손자 생각해서 가격이라도 좀 잘 받게 해 주시오”라며 고인의 부모님이 인감과 도장을 내어놓는데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또 한 집안의 아들인 그의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었으랴.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부터 눈에 뻔히 띄게 토지매입가를 높이기 위해 협의를 질질 끄는 토지주까지 그렇게 1년간을 26명의 토지주를 적게는 4번, 많게는 예닐곱번씩 찾아다닌 끝에 대명의 투자협약이 이뤄지게 된 것.
쉽지 않은 그 과정을 듣고 있자니 ‘무기계약직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딸린 사명감만으론 하기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를 움직이게 한 힘이 뭔지 물었다.
“우연인지 이 일을 맡으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일이 손에 떨어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변산 대명리조트에 처가 식구들하고 묵을 기회가 있었다. 채석강, 격포해수욕장 등등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이긴 하지만 참 남해랑 비교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방마다 투숙객이 넘쳐나고, 주변 식당이나 연계 관광단지 등을 보고 남해도 이런 리조트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러고 난 뒤 신념이라면 신념이라 생각하고 사업 추진의 첫 단추인 토지매입에 1년을 매달리게 됐단다.
아내와 두 아이도 제쳐놓고 나섰다 하면 2박3일, 길게는 일주일,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지난 연말에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크리스마스 연휴에 부산으로 가족여행까지 갔던 날에도 숙소에서 갑자기 협의 내용을 틀어버린 토지주와 두 시간이 넘게 전화로 실랑이를 벌인 탓에 모처럼의 휴가일정도 다 어긋나 버렸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그가 그 당시 느꼈을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절절히 와 닿았다. 그렇게 가족과의 오랜만의 휴식도 포기하고 마지막 토지주와 협의를 마무리 짓고 바로 3일 뒤 대명과 토지주간의 실계약이 시작됐고 지난 16일 결국 투자협약 체결까지.
“이제 내 손을 떠났다”고 말하면서 투자유치팀 장명정 팀장, 박종건, 양명신 주무관, 지금은 고현면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갑봉 전 경제과장이나 정주철 현 경제과장 등등. 이 건 성사시키겠다고 함께 고생한 이들의 공(功)으로 돌리는 최금수 주무관. 1년간의 토지 보상 협의 과정에서 크게 닥친 두 번의 결정적 위기에서 대명의 투자의지를 살려냈던 정현태 군수의 공도 컸다고 말하는 최 주무관이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업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 없어 하나 둘 떠나는 고향이 아닌 대명리조트 유치가 지역의 관광산업 성장도 견인하고 젊은이들도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힘은 들었지만 남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1200억원짜리 대형투자사업을 이뤄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나머지 과정이 잘 추진돼 많은 군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효과도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1년여의 시간, 긴 회상을 마무리짓는 최금수 주무관. 그의 바람대로 대명리조트 유치를 계기로 남해군민의 삶 전체에 희망이라는 훈풍이 계속 불어오기를 기대하며 그간 그가 흘린 땀과 수고에 격려와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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