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욕심이요?? 받는 情이 돈보다 더 좋네요!!” 
병원·장애인시설·불우이웃, 손수 14년째 봉사 손길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이 코 앞에 닿았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친지들이 고향으로 모이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의 명절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는 요즘,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다시 절반 정도 변했을’ 긴 세월 동안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온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가 있다.
이미 남해신문에만 소개된 것도 몇 차례, ‘날개없는 천사’, ‘변치 않는 봉사 정신’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자원봉사계의 셀러브리티(유명인사)’, 서울미용실 정정순 원장.
요새 들어 ‘재능기부’가 소위 트렌디하고 핫한 자원봉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미 정 원장은 이미용 봉사로 14년 전부터 자신의 재능을 봉사로 옮긴 이른바 ‘선구자’다.
처음 남해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를 시작한 정정순 원장, 남해병원에서 시작된 정 원장의 봉사활동은 이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노인회, 마을경로당, 남해군 사회복지과, 주민생활지원실 등등 때와 장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무려 14년이나…. 그것도 변변한 이동수단 하나 없이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온 동네 구석구석 끌고 다닌 것일까.
“안면이 있건 없건 가위하고 빗 챙겨들고 마을 경로당 문 열어젖히면 마치 멀리 시집 보낸 딸이 친정 온 것처럼 맞아 주는 어르신들이죠. 환한 미소로 맞아주고, 머리 단장해 드리고 나면 연신 '고맙다, 이리 고마울 데가 어데 있겠노'라며 삶의 풍파에 시달려, 자식들 기르느라 거칠데로 거칠어진 손으로 손 잡아주고 어깨 토닥여 주는 어르신들…. "그것 때문에 다녀요"라는 정정순 씨. 자신도 아흔이 넘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터라 동네 어머니, 아버지를 챙기는 일이 꼭 친정어머니 대하는 것 같다는 정 씨다.
봉사활동 다니느라 친정어머니 모시는 일도, 가게를 자주 비우게 되는 일도 버거울 법도 할텐데 “든든한 남편이 대신 친정어머니를 돌봐준다”며 남편의 외조를 은근 추켜세우고, 가게를 비워 손님을 놓치는 일도 “다니다 보면 참 딱한 분들도 많은데….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돕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 호주머니 돈 생각하면 이거 못하죠”라며 웃는다.
한참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나오는 길엔 명절을 앞둔 어르신, 아주머니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며, 자식들 오면 먹일 찬거리로 양 손이 가득하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남해읍교회에 다니며 ‘하느님의 사랑’이 봉사를 할 수 있게 끌어줬다는 정정순 씨. “남해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남해사람들의 정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가겠다”며 “내 손길 닿을 수 있는 끝까지 가위와 빗을 들고 다니고 싶다”는 정정순 씨를 만나고 나오는 그 길.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남을 위하면서 자신은 선물로 ‘정’을 받았다는 그녀의 말에 다가올 설 명절, 가슴 속에 큰 명절 선물을 받아든 듯한 뿌듯한 기분이 든다.
“큰 선물 잘 받아 갑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원장님!”
/박진영 기자 jyp@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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