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와 성혈을 찾아 등반하는 테마관광코스 만들자"


남해사람인데 금산을 모른다면 시쳇말로‘간첩’이다. 그 유명한 보리암이 있고 상사암, 쌍홍문이 있는 곳, 연중 내내 많은 관광객들이 위치를 묻는 곳, 남해사람이 그곳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남해군민 상당수는 좋게 말해 ‘금산을 안다면 아는 사람’이고 그 흉내를 약간은 낼 수 있다. 그러나 다들 조금씩 안다는 금산을, 그것도 굽이굽이 줄기줄기 속속들이 잘 아는 이는 적다. 게다가 그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 학설까지 잘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런데 금산이 위치한 상주면 토박이들조차 서슴없이 “저 사람이 바로 금산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금산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가보라”고 말하는 사람, 그는 벽련마을에 사는 이금수(51)씨다.

이씨는 젊은 시절 한 때 남해를 떠나 살기도 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고향에 내려와 서포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뜬 암각화 탁본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는 이금수씨.      
  
이씨가 어느 만큼 금산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지는 그를 따라 금산 38경을 하나 하나 가보면 안다.

일명 돼지머리바위라고 부르는 저두암은 그냥 보면 별 특징이 없어 보이나 그가 위치를 잡아 준 곳에 서서 보면 정말 돼지머리 형상이다. 38경이 모두 그러하다.

또한 도대체 금산에 이런 곳이 있어나 싶은 정도로 낯선 곳을 그는 속속들이 꿰고 있다. 게다가 그는 금산을 가끔 찾는 사람들은 도저히 접하기 힘든 각종 암각화, 성혈 등의 존재 사실과 위치, 그에 얽힌 사연도 낱낱이 알고 있다. 금산에 관한 각종 사진, 탁본 등 수많은 자료도 가지고 있다.

그가 금산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중학생일 때부터 외지에서 찾아오는 암각화를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찾아왔을 때 위치 안내자 역할을 했던 그는 성인이 되자 생각을 바꿨다.

그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실컷 이야기해주면 돌아가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학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더라”는 것이다. 그 때부터 그는 ‘내가 공부해서 나대로의 해설을 붙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3일간의 남해유배지답사여행기」를 쓴 박진욱 교사가 자신의 책에 ‘서불과차’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단고기에 보면 고조선시대 부족장들이 양아리에 와서 사냥을 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도 우리는 왜 주체성을 가지고 해석하지 않고 중국의 서불이라는 사람을 끌어들여 해석하는가?”라고 질문했듯이 이씨도 일종의 그런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그의 산행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한지와 연필, 사진기, 비디오카메라를 들고나서는 산행이 되었다. 고향을 떠나 부산에 살 때도 틈만 나면 그는 금산으로 내달렸다. 특히 그가 관심이 많은 분야는 벽련·두모에서 부소대로 오르는 산길에 있는 암각화와 성혈(바위에 뚫린 성기 모양의 흔적)에 대한 것이다.

그가 연구하는 성혈이 많은 곳은 상사암. 그가 설명하는 상사암의 성혈들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닮은 것도 많다. 그는 학자들이 성혈을 그냥 자연현상이라고 보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인간의 염원을 바위에 새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처럼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디고 성혈을 만들었던 그들 민초들의 정성, 무구한 마음을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암각화와 성혈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암각화와 성혈을 찾아 배우며 산을 오르는 등반을 하나의 테마상품으로 개발해 관광남해의 테마를 하나 더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런 바람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그는 더욱 열심히 금산에 오르겠노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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