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살릴수 있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몰리는 사람· 돈·힘, 중앙과 지방 나눠야
입에 발린 공약보다 노력의 흔적·철학 '중요'

오는 12월 19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해 집을 나설 군민들에게 과연 어떤 후보가 지방자치시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적합한 인물인지를 살피고 대선과 관련한 지역동향을 전하기 위해 대선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날이 가면 갈수록 사람과 돈은 서울로 몰린다. 반면 시골과 지역사회는 자꾸만 썰렁해져 간다. 행정기관의 힘도 위로 올라갈수록 강하고 주민편의시설도 중앙과 지방은 천양지차다.
그렇기에 요즘 주로 지역사회의 지식인들이 나서 전국조직을 마련하고, 선언을 하고, 중앙부처 이전을 강조하는 등 지방분권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언론에 보도가 된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어찌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가까워오니 당연한 일인데 이들의 주장은 지방자치 내지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각 후보들이 공약화해서 내놓고 반드시 실천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앙정부, 비현실적 예산편성 한순간

그렇다면 과연 지방과 중앙권력의 힘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쉽게 사례를 들어 알아보자. 현재 중앙부처인 문화관광부에 근무중인 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얼마전 새로 부임한 장관이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고 한다. 전국의 중학교 1학년 모두에게 5000원권 도서상품권을 줘 독서붐을 일으키자는 것. 관련 부서는 급히 민간 전문가들을 불렀고 수백권정도의 추천독서목록을 작성하고 예산안을 짰다. 약 40억원 상당. 현재 국회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단다. 이 공무원은 "취지는 좋지만 과연 남해군같이 작은 지역의 서점이 목록에 나온 책을 다 보유할 지  궁금하며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 한권을 사려고 큰 도시까지 가게 될지 의문"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반대로 남해군수가 40억원 정도의 군비를 갖고 신규투자를 한다고 하자. 일단 금액이 커 엄두를 쉽게 못 내는 것은 물론이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말도 탈도 많을 것이 분명하다.

◆지방의 힘 잃게 하는 제도들

지역이 얼마나 힘이 없는지 그 사례는 무수하다. 조금만 살펴봐도 단지 지방에 사니 아무래도 조금 뒤처지겠거니 하는 정도나,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닌 지난 수십년동안 중앙정부가 불균형을 부추겼고 그래서 지방이 활력을 잃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현행법상 군 단위 교육청은 고등학교 장학 업무를 못 본다. 왜 남해학생들이 꼭 진주에 가서 수능을 치러야 하는 지도, 군내 학교행정에 대한 민원제기도, 관계자들끼리의 업무논의도 도교육청에서 이뤄져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남해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군 단위 교육청에서 고교교육을 담당 못할 이유는 없다. 아무래도 도 교육청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교육자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1년간 남해군이 걷는 군세로는 군 공무원 1년 인건비정도에 불과하다.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광역자치단체로 넘어가는 아파트 취득 및 등록세 국세인 주(酒)세 등을 기초자치단체의 세원으로 하는 징세개혁이 이뤄지면 다소 개선이 가능하다. 

◆주민권한도 단체장 선출권 밖에  
 
행정권한도 그렇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민자유치가 숙원사업이지만 투자자를 위해 지자체가 감세 등의 혜택은 거의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중앙의 이런 저런 제규정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중 방범, 교통, 도로 안내판 등은 경찰서등 여러 기관이 업무와 중복되는 게 많음에도 일원화시켜주지 않아 권한만 약화시키거나 업무만 혼란스럽게 한다는 평가다. 어찌보면 해양수산부가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도 의아한 일이다.
남해군의 한 공무원은 "자체재원이 별로 없으니 실제 군민들을 위한 별도의 사업은 하기 힘들고 어쩔 수 없이 국가보조사업을 많이 신청하지만 우리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 데다 까다로운 지침 때문에 재량권을 발휘하기가 힘든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권한도 마찬가지다. 현행제도는 시민들이 군수나 시장을 뽑는 일말고는 사실상 의사표시를 못하게 돼있다. 쉽게 예를 들어 군의 주요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도는 사문화 돼있다. 주민소송제는 아예 법에 거론되지 않는다.
이밖에 지역경제, 지역문화 활성화 역시 중앙정부의 분권의지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건 이전의 삶의 이력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이번 대선은 고착화된 지방자치의 전향적 발전을 위해, 황폐화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결국 '젊은이가 돌아오는 지역사회'는 군수가 아닌 집권자의 강한 의지없이는 이룰 수 없다. 과연 유력후보들중 이를 실천할 후보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단지 대권을 잡기 위해 급조해 만드는 공약과 정책만으로도 그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한 군민은 이렇게 말했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지방분권강화를 이야기했지만 실제 실천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각 후보들이 살아온 이력, 전에 해온 지방분권화를 위한 노력과 그 흔적, 또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적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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