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EEZ 모래채취, 10년 넘게 되풀이 된 어민들의 한숨>
국책사업에서 시작해 민수용 전환, “어민들을 두 번 울리는 만행”
구현준 대책위원장, “정부 단지지정기간 연장 방침, 반드시 철회돼야”

 세존도 남방 35km, 동경 128° 21~25‘, 북위 34° 10~12’, 13.7㎢ 크기의 바다는 지난 2001년 그 바다를 일궈왔던 주인을 잃은 뒤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의 땀과 바꾸며 문전옥답과도 같은 바다를 내어준 어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를 보며 더 큰 마음의 생채기를 안았다. 벌써 햇수로 10년이 넘은 이야기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일어업협정 체결로 바다 위에 보이지도 않는 선을 그어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뭉텅 내어줬는데 얼마지 않아 그 바다에 부산신항, 마산항, 광양항, 울산항 조성 등 굵직한 국책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해 또 터전의 일부를 내어줬다. 벌써 10년이 넘은 남해 EEZ 모래채취에 관한 이야기다.
이 바다는 남해 어민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곳이었다. 장어는 물론이고 각종 어족자원의 산란장이자 생육장으로 남해 연근해 어업의 주조업지인 이 곳에 2001년 처음으로 바다모래 채취가 시작돼 2004년에는 골재채취단지 지정 공영제가 도입됐고 당초 지난 2010년 8월까지 예정됐던 기간은 얼마 전인 2010년 12월 말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캐내겠다던 채취량도 당초 3520㎥ 였던 것이 기간연장과 함께 1380㎥ 추가채취로 확대 변경됐다.
그 모래톱에 숨어 살던 장어는 사라졌고 다른 어족자원들도 황폐화된 그 곳에서 살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 근해에서 자라 연안으로 들어와 잡히던 것들도 차츰 줄었다.
‘그래도 국책사업이라는데…’하며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어민들이었다.
국책사업이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있다 그 모래가 민간수요용으로 채취량의 상당분이 팔려 나가는 걸 알면서도 지난해 연말이면 그만 두겠지 싶었다. 너무나 눈에 띄게 심각해지는 연근해 어족자원 감소에 EEZ 모래채취로 인한 어업피해조사라도 해 어업인들의 피와 땀을 대신할 뭔가를 찾아보겠다고 수자원공사 앞에서 머리띠를 둘러매고 지리한 협상을 벌인 끝에 “2개월 내 용역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답만 철석같이 믿고 또 돌아섰던 어민들에게 결국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지키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이제 다시 바다모래채취기간을 연장해 남은 모래마저 박박 긁어가겠단다. 참 한숨 나오는 이야기다.
지난 9일 미조면 남해군수협 위판장에 모인 어민들이 다시 머리띠를 동여맨 이유다.
남해군 EEZ 모래채취 대책위원회 구현준 위원장은 “어업피해조사 용역 착수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신들의 약속에 대한 아무런 이행조치도 하지 않고 이제 다시 자기네들 유리한 쪽으로 기간연장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의 미온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에 더 이상 믿음을 줄 수 없다며 “이제는 그 바다를 다시 주인인 남해·거제·통영 어민들에게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해양생태계 훼손이 이뤄졌지만 또다시 골재채취기간 연장을 추진해 십 수년이 넘도록 한숨만 내쉬어온 어업인들의 목을 옥죄고, 어업인들의 피눈물로 골재채취업자와 수자원공사의 배만 불려주는 국토해양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오늘 국토부 관계자와 해당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면담하러 나선다는 구 위원장.
10년이 넘도록 외쳐온 그의 항변이 이번에는 과연 먹힐지…. 또다시 논란이 된 남해안 EEZ 모래채취 반대 구호 중간중간 세월만큼 길고 깊은 어민들의 한숨이 계속 들려온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