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순국제전 평가보고회, 현장취재기>
주관 단체 기득권에 이순신순국제전 개최 취지 실종
이순신순국제전 전반적 혹평 속 개선책 도출도 난항 예상

▲지난달 15일과 16일 양일간 열린 이순신순국제전 당시 운구행렬 재현행사의 모습, 이 행사의 평가보고회가 지난 31일 열렸다.
▲이번 순국제전은 인원 동원 등 대규모 행사와 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여채 파손(사진) 등 매끄럽지 못한 착오와 행사 전반의 일관성 부족을 지역언론을 비롯한 각계에서 강한 비판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31일 오후 2시 30분, 남해군 화전도서관 1층 다목적 홀에서 지난 12월 15일과 16일 양일간, 관음포이충무공유적 및 노량 일대에서 열린 이충무공 순국 제414주년 이순신 순국제전에 대한 평가보고회가 열렸다.
이미 순국제전 행사 직후 매끄럽지 못한 행사 진행과 제전의 핵심 테마조차 구현하지 못한 실패한 행사라는 지역언론의 평가가 이어진 탓에 이날 열린 평가보고회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먼저 행사를 주최한 남해군 문화관광과는 이번 평가보고회 자료집을 순국제전 추진개요, 방문 참관객 현황 등 외형적 결과, 행사 총평을 비롯한 세부 주요행사 성과 및 반성, 순국제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의 내용으로 구성하고 그간 내부에서의 행사 평가 내용과 지역언론의 평가 보도 등을 토대로 성과와 미흡·문제점, 개선할 점 등으로 구분해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보고회의 틀을 갖췄다.
▲남해군, “준비기간·주관단체 역량 부족 아쉬워”
우선 총평에서 군 담당부서는 이번 순국제전의 성과로 먼저, 앞서 10회에 걸쳐 노량 일원을 주행사장으로 치러진 노량해전승첩제와 이충무공 운구행렬 재현 행사를 아우르는 ‘이순신순국제전’이라는 명칭을 활용해 향후 제전 방향 및 현재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순국공원 조성과 함께 향후 동북아 평화제의 기본 방향이 정립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제점으로 군 담당부서는 순국의 의미 부각을 위해 제(祭)와 운구행렬을 중심으로 제전의 테마를 설정했으나 행사집중도, 만장기 관리, 상여설치의 문제점, 평화음악회 등 각 세부프로그램이 순국제전의 주제에 맞는 경건함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지난 2010년 지역 유관단체 및 군 관계자 토론회를 거쳐 민간이 주가 되고 남해군이 지원하는 체계로 운영했으나 행사 전반의 명확한 역할 설정과 임무 부여가 부족해지는 등 주관단체의 역할이 미비했다고 평가했다. 또 운구행렬 재현, 각 세부 무대 행사와 진혼제, 발인제 등의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행사집중도가 떨어진 점 등은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현태 군수는 이같은 실무 부서의 성과 및 문제점 지적에 더해 “순국제전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열린 행사이자 오랜 준비와 많은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의 순국을 추념하고 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로 보기에는 존엄성과 경건함이 너무 많이 부족했다”고 촌평한 뒤 이번 운구행렬 재현 중 상여채 파손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과 평가를 내놓았다.
▲정 군수, “순국제전 경건함 실종… 통렬히 반성해야”
정 군수는 특히 “상여채를 낫으로 찍어 쳐낼 때는 ‘가슴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뒤 “난세에서 나라를 구해낸 성웅의 순국을 추념하는 제전에서 기본적인 예의마저 실종된 안타까운 일이 생긴데 대해 이 자리에 모인 관계자들 모두는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이순신순국제전에 대해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내놓았다.
이번 순국제전에 주관단체로 참여했던 남해역사연구회 정의연 회장은 “많은 관계자들이 좋지 않은 기상여건 속에서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경험과 역량의 부족을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 뒤 “그러나 전국 유수의 이순신 관련 행사 중 유일하게 순국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나 정신을 배우는 교육학습의 장으로 취지는 살렸다”고 평가했다. 또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유명규 회장은 “이순신의 장군이 지닌 가치는 비단 순국에만 국한지어서 될 일은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전사(海戰史)로서의 가치, 노량해전의 지명에 덧붙은 가치 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가치 발굴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실무적 행사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춰 새롭게 주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관단체간 밥그릇 싸움에 씁쓸한 뒷맛
그러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 비해 이날 평가보고회는 이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발전적인 차기 행사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차원보다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고’, 이대로 갈 경우 ‘계속된 실패를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이순신 순국제전의 모습을 거듭 확인하게 하는 발언 등도 나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이순신순국제전 주관단체인 노량해전승첩제전회 조정웅 회장은 이날 평가보고회에서 “10년간 이어져 온 노량해전승첩제의 전통과 취지를 남해역사연구회 정의연 회장이 ‘도용’해 기존 승첩제 주관단체의 기득권과 질서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두고 ‘범죄행위’라고 발언해 이날 평가보고회에서 논의되야 할 차기 행사의 방향과 개선책 도출은 고사하고 행사 주관단체의 기득권 다툼과 지역·단체이기(利己)의 밥그릇 싸움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줘 씁쓸함을 더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한동안 시끌벅적한 논쟁이 이어진 뒤 정현태 군수는 현장에서 도출된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조속한 개선책을 도입하고 장기적인 축제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 문화관광과내 관광축제팀의 업무를 분산·조정하는 등 장기적인 축제전략 고민과 전문성을 갖추는 행정내 업무분장에 혁신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는 등 이순신순국제전의 강도 높은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정 군수는 이순신순국제전 평가보고회 이후 장기적인 고민을 함께 아우르는 축제추진 방향과 실무 절차 등을 매뉴얼화 시켜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고민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고 차기 행사에서는 승첩과 제전이 고르게 조화를 이룬 행사로 치러질 수 있도록 행사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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