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중점사업으로 설정해 전 국민의 여론을 모아가고 있는 호주제 폐지운동이 최근 인기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는 등 국민적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과연 호주제도란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기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폐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현행 호주제도의 문제점과 구체적인 피해사례, 대안을 모색해 본다.
현재 양성 불평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호주제도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 편제와 호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1년 민법이 개정된 이후 재산상속권 등 실질적인 호주의 권리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남성우월주의를 바탕으로 깔고 있는 호주제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 승계 순위를 정한 민법 984조에 따르면 아들-딸-손자-어머니-며느리로 승계가 이뤄지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망했을 경우 갓난아이인 손자가 할머니와 어머니의 호주가 된다. 이것은 단순히 호주승계의 순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남성우월주의를 합법화시키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여성계는 지적하고 있다.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호주승계 순위는 그야말로 "남자는 씨앗, 여자는 밭"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남자가 최우선이며 그 이후 남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딸, 손자까지 호주승계에서 우선 순위를 받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호주제 폐지를 주장했으나 정작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호주제가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기 때문에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호주제도가 미풍양속인가? 그 물음에 대해 많은 남성학자들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호주제도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이식되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징병과 세금징수를 위한 호주제도가 있었다. 집안의 최연장자인 남자가 호주인 한 호주 아래에는 가족과 노비들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호주인 남편이 사망하면 당연히 호주 승계는 아내에게로 이어졌으며 남자라고 해서 어머니가 살아있는데 아들이 호주를 승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최근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연구원이 경남 산청지역의 호적을 조사한 결과 조선 중기 무렵까지 최대 14%가 여성호주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기 전인 조선말까지도 호주승계의 개념은 없었으며 재산상속과 제사 상속권만이 존재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호주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일제는 국가를 하나의 큰 가족으로 보고 천왕을 국가라는 가족의 가장으로 상정하였으며 대중에 대해서는 한 집안의 가장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복종하듯이 천왕에 대해서도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일본 무사계급 내 상속제도였던 가독상속제(적장자가 그 집안의 재산과 호주권을 독점적으로 상속하는 제도)를 호주제도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이식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은 패전후 1946년 새로 제정된 헌법에서 이 제도를 폐지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풍양속이란 허울을 쓰고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계속)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