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옛말이 있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배 위에 그 자리를 표시해 두고 나중에 그 표시에서 칼을 찾는다는 뜻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세상 일에 판단력이 둔하고 어리석음’을 두고 하는 말인데 더 깊이 들여다 보자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겉모양만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통쾌하게 지적하고 있다.
최근 남해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논란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본질을 희석시키는 많은 잡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역사가 만들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면 과히 실망하거나 회의감에 빠질 일도 아니다.
26일째 단식농성에 접어들고 있는 필자의 의도를 왜곡하는 일도 많지만 그저 필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떠도는 이야기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본질을 왜곡하는 일을 보고 있자면 ‘각주구검’의 옛 말이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고맙게도 많은 군민들이 필자의 주장에 동의해 주었고 여러 지인들과 지역 단체들이 호응해 준 부분은 몸 둘 바를 모르게 하는 일이다. 참으로 송구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모 지방일간지에서는 남해신문과 타 지역언론과의 논쟁에 대해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흐를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건의 본질을 좀 더 들여다 봐 줄 것을 권유하고픈 대목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논란에서도 그렇다. 이 논란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 군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확인되었다. 또 6개 동의조건의 충족(47%), 주민투표 이전에 첨단산업단지의 법적효력이 있는 이행각서와 환경협약 체결(60.2%)에 대해 다수 군민이 강한 요구를 하고 있다. 특히 정현태 군수가 수시로 말바꾸기를 하고 공무원의 적극 개입을 지시한 점에 대해서는 62%의 군민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남해군의 요구에 의해 우리는 분명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동의서 제출’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첨단산업단지가 본질인 것처럼 대대적 홍보가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첨단산업단지의 실체가 분명하다면 화력발전소와 첨단산업단지에 대한 찬반을 동시에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첨단산업단지 이야기를 그만 두거나 군민들과 필자가 요구하듯이 실체를 분명히 만들어 놓고 의사를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조선산업단지 조성의 실패로 허탈감에 빠진 군민들을 다시 한번 속이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히 갖추어야 할 일이다. 행정상의 절차 운운하면서 뒤에 하면 된다는 논리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이 빠지면 바닥의 돌들이 드러난다(수락석출?水落石出)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력발전소 문제의 본질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진실과 거짓은 그 당시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남해에 여러 개발사업이 제안될 때마다 누누이 등장했던 지역발전의 환상적 구호 이면에 감추어진 깨끗하지 못한 일들을 많은 군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논란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환상과 오해들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그 본질을 드러낼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군민들의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까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실체를 내놓고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또 필자 역시 우리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정확한 정보와 판단의 근거가 제시될 때 그렇다. 왜곡된 정보를 통해 판단한다면 어떤 훌륭한 지략가도 실패하게 마련이다.
‘각주구검’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명확한 실체와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군민들의 여론을 돌이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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