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지면 바위가 드러난다(수락석출?水落石出)’는 말이 있다. 당장 눈 앞에 푸른 물결이 아름답게 비치더라도 세월이 지나 적벽의 물이 빠지면 울퉁불퉁한 바위 즉, 그 본질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화력발전소의 유치 여부를 두고 남해지역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찬성-반대의 논리가 구구하다. 찬반 양론 속에서 군민들은 나름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논의의 불공정성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편이 화를 낼 만하다.
애초 남해신문과 서경방송이 이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할 때 남해군이 보인 태도에서부터 이런 우려는 나타났다. 사회자 문제, 군의원의 참가여부 등을 두고 꼬리를 잡던 남해군은 토론회 개최 이후에 특정 언론사와 손을 잡고 토론회를 열더니 이번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유치 찬성쪽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군 행정팀장이 각 읍면장들에게 주민투표의 압도적 찬성을 위해 유치위원회의 읍면 책임자를 물색해 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발송한 것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정현태 군수가 각 읍면장을 모아 놓고 찬성여론 확산을 독려한 사실이나 각 사회단체별 간담회를 통해 유치 찬성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심지어 군청에서 만들어진 공문에 각 마을별 책임공무원까지 선임해 설명을 한다는 내용까지 있는 걸 보자면 ‘군민들의 여론을 들어서 결정하겠다’는 말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무소불위(無所不爲)에 가까운 공권력을 동원해서 설득하고 보이지 않는 압력과 회유를 한다면 주민투표든 여론조사든 결정방식과는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결론을 두고 찬반 양론의 군민들이 놀아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황이 이처럼 돌아가고 있는데도 찬반 양측에 기회를 준다느니 공정한 토론을 벌인다느니 하는 것은 출발부터 불공정한 상황을 무시하고 군민의 여론을 호도하는데 편승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남해군은 화력발전소와 관련해 송전선로의 해저 또는 지중화 방안 마련, 옥내 저탄장 설치, 회사장 비산방지 및 유출방지 대책 마련,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설비계획 마련, 온배수 등 해양오염 최소화 방안 및 활용방안 마련, 대기 및 해양오염 피해의 분석 및 평가결과 제출, 발전소 주변의 친환경공원화 계획서 제출 등 6개의 조건을 반영한 건설 타당성 용역을 한국동서발전이 수행토록 요구했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조건들이 군민들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수준으로 충족되지 못했다. 사업자 측은 첫 번째 조건인 송전선로의 해저 또는 지중화부터 사업비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외 환경방지시설들도 대량의 온실가스, 온배수, 비산먼지 배출에 대한 대안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남해군은 겉으로 군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말과 달리 유치운동의 실무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저의를 의심받게 만들고 있다.
토론회에서 포스코건설측은 제6차전력수급계획에 반영, 즉 정부의 사업비 70% 지원이 확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첨단산업단지라고 하더라도 이런 저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결국 화력발전소 건설이 주목적이라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앞으로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현재의 실태를 조사하여 앞으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환경변화, 피해에 대한 적극적 보상 등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찬성할 수 있다는 여론이 높지만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무시당하고 있다. 남해군은 사업자측과 적절히 협의한다는 말 외에는 어떤 확약도 받아 놓은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해군이 사업자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유치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면에 뭔가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퇴압력을 강하게 받은 정 군수가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책략이라는 주장은 이미 많은 군민들이 심증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불공정한 규칙 아래에서 진행되는 군민들에 대한 찬반의사 타진은 출발부터 잘못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대중과 양심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드러나게 될 미래의 결과를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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