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남해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안을 두고 열린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다. 1일 남해신문과 서경방송의 공동주최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해에너지파크 및 첨단산업단지 유치관련 대군민 토론회’가 그것이다.
남해군의 일방적인 정책홍보가 아니라 대형사업의 추진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사업의 추진배경 및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점검해보고 군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사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참석하지 못한 군민들의 알 권리를 함께 보장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인 서경방송과의 공동주관으로 5차례에 걸친 녹화방영을 하게 된다.
남해신문은 군이 주관한 각 읍면별 사업설명회가 유치홍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군민들의 지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과 문제점도 함께 제시함으로써 군민들의 판단을 돕겠다는 취지로 전 직원이 계획된 휴가일정을 통째로 미루고 토론회를 준비했다. 토론회가 다소 바쁘게 준비된 것은 군민들이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한 쪽 정보만 일방적으로 먼저 흡수하는 것을 방지하고, 읍면 설명회 이후에 발생할 시간공백으로 논의의 열기, 관심이 가라앉기 전에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였다.
준비과정에선 남해군이 협의를 거쳐 일정이 잡힌 토론회의 공정성 시비를 제기해 군의원의 토론회 참가여부 및 참가인원 등의 문제를 놓고 토론회 전날 저녁에 합의를 이루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남해군은 사업의 추진배경과 절차를 그나마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군의원이 토론에 참가하여 점검토록 하겠다는 취지를 왜곡하여 찬성-반대 입장을 가진 군의원이 동수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해군과 사업자측인 동서발전, 포스코건설은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토론회가 무산될 위기까지 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찬성취지의 군의원이 참가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군의원은 사업점검 차원의 토론참가라는 취지로 설득을 하여 두 사람을 참가시켰다. 군은 군의원 한 명만 토론회에 참가할 경우 군의회 전체가 사업을 반대하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며 토론회 참석불가 카드까지 꺼내들고 나왔지만 이것은 토론회의 기본 성격을 잘 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제기된 사업추진의 배경과 절차, 환경피해 우려에 대한 점검, 경제효과에 대한 점검, 대안 모색 등 중요문제에 대한 점검을 우선하고 찬성-반대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남해신문의 기본입장이었다. 찬성-반대토론은 사업의 잇점 뿐만 아니라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제공된 상태에서 해야만 군민들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민 대(大)토론회가 아닌 대(對)군민 토론회를 우선 개최한 것이다.
토론에 참가한 하복만 군의원도 이런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찬성토론이 아니라 ‘발전소로 인한 남해읍 지역 대기문제에 대한 대책’ 등을 질문하고 답변을 듣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군이 요구한 찬성측 주민, 군의원까지 참여하게 됨으로써 애초의 사업추진에 대한 점검과 문제 검토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지역주민 사이의 찬반토론과 사업점검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혼재된 토론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토론회가 성사된 자체만으로도 일방통행이 아닌 열린 토론의 물꼬를 텄다는 성과를 낳았다. 또 충분하지는 못할지라도 군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현장참가, 신문보도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양측의 의견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군민들의 결정을 앞두고 이러한 논의와 토론은 계속되어야 하며 충분한 정보제공을 위한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사업성사를 추진하고 있는 남해군으로서는 내키지 않을지라도 보다 많은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보완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터놓게 군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군민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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