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6·18 정현태 군수 기자회견 후속조치로 밝힌 민간보조사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혁신대책, 이른바 ‘유리알 시스템’이 군의 본 취지와는 달리 ‘사후약방문’, ‘환부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돌팔이 진단과 해법 제시’이라는 원색적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해군 행정의 쇄신과 혁신을 꾀한다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환영할 만한 행정 자세이자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비난여론이 이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교수신문이 매년 그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꼽았던 것 중 2010년의 사자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를 떠올리게 한다.
머리는 겨우 숨겼지만 꼬리가 드러나 보이는 모습을 비유한 이 사자성어를 2010년 그 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던 지성인들의 미디어라 불리는 <교수신문>은 그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FTA협상 등등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소통 부재의 이명박 정부를 꼬집는 의미로 이 장두노미를 그 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다고 했다.
비록 몇몇 지점에서 지금 남해 사회의 현상과 100% 맞아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으나 ‘속으로는 감추는게 많아 겉으로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한다는 이 사자성어의 당시 숨은 뜻풀이를 살펴보니 이번에 남해군이 발표한 ‘유리알 시스템’의 비난여론, 그 전형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와 박힌다.
올해 1월 반부패 청렴대책의 일환을 발표할 당시와 대동소이한 대책들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남해군 행정 신뢰와 명예 회복을 위한 후속조치라고 내놓은 어설픔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남해군 공직사회에서 같은 조직 생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동일 집단 내에서 남해군의 혁신안에 비난 여론의 물꼬가 먼저 터져 나왔다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한다.
첫째, 남해군 공직사회의 심각한 사기 저하와 이로 인해 정상적이고 일상적으로 행해져야 할 행정업무의 위축이다.
이번 보조금 사건이 처음 논란이 됐을 당시부터 이같은 보조금 비위건으로 인해 만연된 공직 분위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해군이 스스로 당연히 수행했어야 하고, 해야 할 부분에서 터져나온 비리건의 원인을 업무연찬 부족, 사후관리의 관리감독 소홀을 자인(自認)하며 이번 사건의 책임을 공직 사회 전체로 돌린다는 것은 군이 밝힌대로 일부 사업에서 내부 자정능력과 개혁의지가 전달돼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같은 부분의 병폐를 과잉 일반화 시켜 공직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둘째, 건전한 구조 속에서 정상적으로 민간보조사업에 공모해 선정되고 사업을 추진해 온 민간사업자 또는 단체를 누구건 ‘눈먼 돈’을 탐내는 잠재적 비리 근원으로 몰아가는 듯한 혁신안 내용은 언급한 과잉 일반화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보조금 사건으로 인해 미칠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이다.
군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민간보조사업의 병폐와 폐해를 지적하며 이같은 민간보조사업의 관리소홀로 인한 비리 건은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리에도 수위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비리연루자의 지위나 직책에 따라 대외적인 파장도 범위를 달리할 수 밖에 없다. 군수 부인의 뇌물수수 혐의가 대법원에서마저 유죄로 확정지었다는 소식에 많은 군민들을 비롯한 향우사회도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그만큼 고향 남해의 대내외적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좁은 지역 특성상 얽히고 설킨 지역내 인맥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지역내 사퇴 여론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정현태 군수는 지나는 파도로 치부해서는 정 군수가 기자회견 말미에 언급한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시 정 군수에게 공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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