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태 군수 부인을 비롯한 남해군 공무원, 사업자가 연루된 산림소득사업 비리사건의 대법원 판결과 이에 대한 정 군수의 반박 기자회견 내용이 지역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실 원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원심과 항소심의 판결을 뒤집을만한 법리상의 오해나 새로운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 군수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한 편파수사’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와 선진국에서는 인정도 하지 않는 정황만 가지고 유죄로 판단하는 재판부의 판결을 원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법원 위에 다시 상급심이 있다면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황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공정한 편파수사’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무소속 군수에 대한 탄압’이란 주장과 맞닿아 있는데, 과연 남해군수의 직위가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편파수사를 할 만한 자리인지 의문을 남긴다.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로 인해 정 군수의 부인과 공무원들이 어떤 피해를 입은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인정도 하지 않는 정황만 가지고 유죄로 판단한 재판부’라는 대목에서는 아예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경험과 논리적 법칙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건의 결론을 법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자유심증주의’를 말한다.
이는 프랑스혁명 이후 법정증거주의의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프랑스, 독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으로 확립된 제도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기준에서 원심 판결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원칙을 마치 우리나라의 법원에서만 잘못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
또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으면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말을 기대했던 많은 군민들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군수의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 재판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는 자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아닌 ‘말 장난’에 불과하다.
자신이 인정했듯이 보조금 관리ㆍ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크나큰 책임이 따르는데, 그의 부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의 재판이 유죄확정을 받았는데도 예견된 것처럼 ‘나의 결백은 하늘만이 안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자진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군수는 태산과 같은 자리이므로 파도가 칠 때마다 배를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는 대목은 듣는 이를 지치게 만든다.
군수는 군민들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태산같은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태산이란 의미는 ‘군수가 태산’이란 말이 아니라 ‘태산같은 책임을 지는 자리’란 말이다. 그 태산같은 책임을 감당하기 힘들 땐 언제든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래야 남해라는 태산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라는 말 한마디 말고는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밝힌 기자회견에서 김두관 도지사의 대선출마 문제를 슬그머니 꺼내며 ‘군민이 하나가 되자’고 주장하는 것은, 김 지사를 볼모로 더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대군민 협박으로 들린다. 심지어 자신의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은 듯한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남해인이라면 김 지사의 대선출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지지하는 여론이 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는 너무 눈에 보이는 것 아닌가.
진정으로 남해를 위하고 김 지사를 위한다면 최소한 모두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 군민의 생각은 어떠한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기자회견 직후에 보여준 너무나 당당한(?) 모습은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본인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군민들의 뜻이 어떠한지 제대로 파악하고 그 뜻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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