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계절을 꽃과 바람, 햇볕 그리고 눈을 맞으며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빨간 우체통이다.

그런데 우체통은 왜 빨간색일까? 소중한 마음을 적은 편지를 넣는 곳으로, 신호등처럼 눈에 잘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소방차처럼 손대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달하기 때문에 빨간색을 쓴다고 한다. 우체통의 역사를 보면 빨간색만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 후기에는 나무로 만들었고, 1950년대에는 아래쪽은 녹색을, 편지를 넣는 곳은 빨간색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중반부터 빨간색 하나로 통일됐다. 빨간색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접하면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지만 우체통이 사라진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체통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사람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다보니 우체통은 점점 존재의 이유를 잃어간다. 이용하는 이가 없으니 하나 둘 사라져간다.

전국의 우체통 수를 보면 2004년 3만 3544개에서 2005년 3만 1개, 2007년 2만 5547개, 지난해에는 2만 3761개로 줄었다. 4년 만에 1만 개 이상 없어진 것이다. 우체통이 가장 많던 1993년(5만 7000여 개)에 비하면 거의 40% 수준이다.

외국에서도 경제성의 논리를 따져 우체통이 밀려나는 추세이다. 우리는 1년에 몇 번이나 우체통을 이용할까? 이용하는 횟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우체통 자체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미국에서는 우체통의 대중적 호감도를 광고에 활용한 사례로 광고판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진짜 우체통은 아니다.

이처럼 풍요롭고 변화가 많은 사회에서 아날로그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우체통이 아닐까 싶다. 사라지지 않아야 되는 것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한번 쯤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한 글자씩 꾸욱 눌러 쓰던 어린시절의 편지, 친구들과의 애뜻한 가슴을 표현한 편지, 구구절절한 사연이 깃든 편지 등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를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한번 띄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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