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발의과정을 거쳐 힘겹게 이번 의회 임시회에 제출된 남해군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이 ‘우리농산물’이라는 자구에 걸려 이번 임시회에서는 상정되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군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가 지난 16일 심의대상에 오른 학교급식조례를 이번 회기에서는 통과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의회 조례특위는 이날 이 조례의 제정운동을 주도했던 농민단체와 지역운동연대회의 대표들의 면담요청을 받아들여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간담회의 전체 흐름은 ‘우리농산물’이라는 자구가 가져올 이후의 파장을 우려하면서 명확한 의견통일을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의회는 19일 본회의에 이 조례를 아예 상정하지 않는 방법, 즉 심의를 보류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회기에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것 같았던 학교급식조례가 이처럼 갑자기 뒤틀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경남도교육청이 최근 경남학교급식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소식 등 학교급식조례의 상위법 저촉여부 논란이 인 때문일 것이다.  도의회가 재의결까지 거친 학교급식조례를 도교육청이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내게 된 배경을 들어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서는 용기도, 민족자존의식도 발견할 수가 없다.

도교육청은 학교급식조례에 ‘우리농산물’이라는 자구를 사용하면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나 세계무역협정(WTO)에 위반된다는 외교통상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학교급식연방법에 자국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했고 또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미국의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우리가 학교급식조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쉽게 답이 나온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중앙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치단체가 왜 ‘가트’를 걱정하고 ‘더블유티오’를 앞서 걱정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외교통상부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닌 자치단체 의회가 군내사회단체들의 강력한 제정요청을 받고서도 학교급식지원조례 상정을 미룬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우리농산물’이라는 자구를 명시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가 어디 한 두 곳인가! 의회는 그 탓을 군수에게 돌리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자치단체장을 탓하기 전에 의회는 의회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상위법 위반 등의 논란은 그 다음 절차에 따라 추진단체들과 함께 대응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큰 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는 의회의 모습을 언제 볼 수 있을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처음으로 주민발의로 제출된 조례를 집행부나 의회 모두 헌신짝처럼 다루는 남해군에서 어찌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논할 수 있을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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