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군내 모 지역의 한 장애인이 인근지역에 살고 있는 보호자로부터 받는 밥상이다. 말라서 딱딱해진 밥과 차디찬 된장국이 전부지만 장애인 k씨는 세끼 식사를 이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방임 장애인 가정 동행취재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장애인. 기본적인 의식주도 제공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장애인.

 
TV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남해군과는 무관한, 다른 지역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한 순간에 깨지는 지난 2일이었다.


방문사실을 알고 동행허락을 받아 장애인권리구제요원, 장애인이용시설 관계자, 담당 공무원과 함께 지난 2일 한 지역의 장애인 가정을 찾았다.


장애인 K 씨가 생활하고 있는 방은 건장한 체격의 사람 두 명 정도가 누울 수 있는 좁은 단칸방이었다.
K 씨를 비롯해 권리구제요원, 공무원 등 다섯 명이 모두 방안에 겨우 앉을 정도로 좁았다.
방 바로 옆 화장실도 엉망이었다.


언제 청소를 했는지 모를 만큼 먼지가 가득했으며 화장지도 없는 듯 신문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역시 청결하지 못한 방에는 옷장, 밥상, 라디오가 전부였고 바닥에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었지만 작동이 안 되는 듯 방안은 바깥보다 더 추웠다.


밥상에는 밥이 담긴 쇠 찬합이 있었고 된장국이 든 플라스틱 용기, 그리고 물 한통이 있었다. 
밥은 말라서 딱딱했고 국도 차가웠다.
인근에 살며 K 씨의 기초생활수급비용, 장애인수당을 관리하는 K 씨의 가족(보호자)이 그렇게 하루에 한 번씩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것이 K 씨가 하루 종일 먹는 식량이었다.  
K 씨는 10년이 넘게 그 곳에서 혼자 살았다고 말했다.
방임 밖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어떤 이유로도 그 방임을 합리화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시설로 가고 싶습니다”

K 씨가 장애인시설로 입소를 원했기 때문이다.
열악하다 못해 최악인 생활환경도 생활환경이었지만 K 씨의 일상은 너무나 무료해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K 씨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마을을 걷고 햇볕을 쬐고 라디오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이날도 K 씨는 연신 “장애인생활시설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족에게 요청해 봤는지 물어보자 “3년 전부터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장애인이용시설 관계자는 K 씨를 지난해 9월에 알게 됐다.
그는 K 씨에 대해 정상적인 음식을 제공 받는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보호가 아닌 방치 수준으로 보이며 인권 유린의 가능성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월 K 씨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고 동료들이 있는 시설로 가고 싶은데 가족이 보내주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생활시설 입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K씨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K씨가 방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보호자의 집에 다른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 어쩔 수 없이 따로 살 수 밖에 없었고 과거 생활시설에도 보내봤지만 적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지난 2일 K씨의 보호자를 만나봤는데 가족과 상의를 거쳐 생활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신속한 구제 시스템 마련 시급

문제는 K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복지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이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직까지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인권을 유린당하는 심각한 상황도 ‘한 집안의 일이라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외면했으며, 행정에서도 K씨와 비슷한 경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장애인이 있어도 연말연시 한두 번 방문으로 위문품을 전달해 줄 뿐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지 않아 왔다는 권리구제요원의 설명이다.
K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남해군내에서 지역, 가족, 행정의 방조로 복지사각지대에서 고통 받았던 경우는 많다.
남한테 보이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수십 년을 마루 밑에서 개처럼 살아 말을 제대로 못하는 장애인, 고통 받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노동력을 착취한 지역주민들.
바로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현재도 인권을 유린당하는 장애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권리구제요원은 K씨는 비교적 쉽게 해결이 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장애인 가족을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군내의 모 지역에서 매우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을 구제한 적이 있다. 그 때 6개월이 걸렸다. 장애인 가족을 6개월간 설득했었다”며 “장애인이 보호자로부터 비인간적으로 방치되는 이유는 대부분 ‘남 보기 부끄러워서’다. 이제는 그런 이유로 장애인이 고통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드시 인식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리구제요원은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권고나 설득이 안 될 때에는 법적인 조치가 취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애인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경남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권리구제센터(1588-0420)으로 전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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