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선거구지키기 운동의 중간 결과를 두고 지역에서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하고 집행위원장을 맡아 기획?실무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논란의 와중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때론 곤혹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이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고 지역분열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기에 짚어 볼 문제를 돌아보고자 한다.
정현태 군수의 혈서 진위, 민주통합당 입당에 대한 논란, 선거구지키기 운동을 여상규 의원의 지역구 공천에 이용했다는 논란, 사천?남해?하동선거구 통폐합 결정 이후 뒷수습 방식에 대한 논란 등 각자의 입장에 따른 의혹제기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농어촌선거구지키기 운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이들의 진정성 여부다.
일부에서는 여상규 의원이 이미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선거구 통폐합에 대한 교감 또는 합의를 해놓고 공천을 받기 위해 남해?하동 군민을 국회 앞으로 불러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집행책임을 맡은 필자로서는 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여 의원은 투쟁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역민과 추진위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상경투쟁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특히 마지막 상경투쟁을 앞두고 남해군수실에서 남해?하동 군수를 비롯한 공동대표단이 모인 회의에서도 여 의원은 상경투쟁을 만류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 회의에서 조유행 하동군수, 황종원 하동출신 도의원은 상경투쟁을 자제하자는 입장을 보였으나 오히려 정현태 군수가 강력하게 상경투쟁을 주장해 관철된 것이다.
여 의원이 선거구 통폐합 논란이 있었던 초기에 지역민과 추진위원회와 공동보조를 맞춰 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는 여 의원 본인도 ‘너무 순진했고 정치 고단수들에게 속았다’는 표현으로 속내를 고백한 부분이다.
정현태 군수의 혈서 진위 논란에 대해 필자는 조금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14일 있을 국회 상경투쟁을 하루 앞두고 필자는 정 군수에게 서울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데 출발 당일 아침에 갑자기 예정에 없던 출정식을 열자는 제안을 군으로부터 받고, 정 군수의 혈서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당황했다.
혈서를 쓸 각오라면 국회에 직접 가서 함께 투쟁하는게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요언론에 이 문제가 부각되고 나서야 몸소 실천에 나선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렇더라도 정 군수가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투쟁의 일선에 나섬으로써 군민의 의지를 모아 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민주통합당 입당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는 투쟁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김두관 도지사와 정현태 군수에게 민주통합당 입당 철회 입장을 표명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여상규 의원에게는 새누리당 탈당을 전제로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통폐합 결정 이후 뒷수습 부분도 논란거리다. 하동지역은 참여했던 모든 이들을 모셔놓고 해단식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정 군수는 사람을 모아서 전체적인 정리를 하는 자리를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고는 이장단협의회 등 이 운동에 관계된 대표자들을 아름아름 불러서 식사를 했다. 한 사업가가 ‘투쟁에 동참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비를 털어 투쟁에 동참한 분들에게 밥을 사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한 쪽에서는 왜 그런 일을 하느냐며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누구는 밥을 사도 되고 누구는 안되는 이유가 있는가?
필자가 내막을 조금 드러내는 것은 누구를 공격하거나 트집을 잡기 위함이 아니다. 운동의 본질에 가깝게 좀 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군민들의 요구를 책임자들이 같이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입장이 다르지만 농어촌선거구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나섰던 만큼 상대를 갉아먹기보다는, 어렵게 얻은 소중한 성과를 더 큰 결실로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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