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선거구 유지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농어촌?지방 선거구지키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한지 한 달여에 이르는 동안 요동치는 정국과 추진위의 활동에 따라 선거구 존폐 문제가 극과 극을 오갔다.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초선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 최하위권 등은 논리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세력의 부족으로 여겨져, 여야 간의 협상과정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었다. 여야 협상과정에 따라 한동안 남해하동 선거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던 분위기는 며칠 전부터 급반전되어, 밀실협상으로 존폐의 위기에 처함으로써 추진위원회의 긴급한 움직임이 전개되었다.
국회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주성영, 박기춘 의원의 협상과정에서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안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거의 결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출정식을 갖고 상경한 추진위원회 350여명은 버스 8대에 몸을 싣고 직접적인 대국회, 대정치권 투쟁에 나섰다. 국회 본관 앞 기습집회를 시작으로 양당 간사 국회의원실 점거 시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 점거농성, 선거구 관련 주제의 ‘100분토론’이 생방송되고 있는 MBC 출입구 봉쇄 및 주성영 의원 면담 요구, 주성영 의원 자택 봉쇄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은 이미 내부적으로 남해하동 선거구 통합으로 기울었던 정개특위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는데까지는 성공했다.
한편 15일 주성영, 박기춘 간사의 비밀협상이 열리고 있던 국회 의원식당에 쳐들어간 여상규 국회의원은 남해하동 선거구 통합 쪽으로 기울어 있는 안을 내놓은 주성영 의원을 끈질기게 붙잡고 1시간여에 걸친 실랑이를 벌였다. 이런 끈질긴 요구에 주성영 의원은 각 언론사 기자들을 몰려든 의원회관 앞에서 ‘여 의원의 주장에 100% 동감하며, 농어촌선거구는 지켜져야 한다’는 발언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 의원의 답변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언론들은 주 의원의 답변보다는 두 의원의 몸싸움과 실랑이 초점을 맞춘 보도에 치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 의원을 비롯한 추진위원회는 15일까지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힘들겠다는 허탈감에 빠지고 여 의원의 간곡한 만류로 대규모 상경단을 귀향시켰다. 하지만 추진위의 활동과 여 의원의 끈질긴 노력이 알려지면서 15일 저녁 정개특위 위원들이 다수 모인 사석에서 남해하동 선거구 통합의 부담감이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여 의원의 면담에서 ‘협의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냄으로써 변화된 분위기가 전해졌다.
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대로 특별파견단을 구성해 국회와 각 정당에 대해 19대 선거구 협상에 따른 마지막 활동을 하기 위해 상경한다.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이상 농어촌선거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더 크게 열고 결과를 얻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위원들과 사력을 다해 볼 생각이다.
남해하동선거구를 지키는 것은 비단 하나의 선거구 문제가 아니다. 남해하동선거구가 통폐합되면 향후 25석밖에 남지 않은 농어촌선거구를 지켜낼 수 있는 근거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해하동을 지켜내면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농어촌, 지방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동력을 지켜내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으므로 이는 전국 농어촌, 지방의 문제인 것이다.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가지는 국회의원 한사람의 의미와 농어촌지역의 국회의원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다르다. 도시지역은 해당 선거구의 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반면 농어촌의 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지역민원의 해결사, 전국 농어촌 문제의 대변인으로서 실질적인 지역대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대표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역의 발전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동의 과제이며 의무이다. 이런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함께 뜻을 모아 활동하는 공동대표단, 추진위원, 실행위원과 몸과 마음을 다해 뒷받침하고 있는 군민들의 노력이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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