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1면 머리 기사로 보도한 장포골프장 어민피해용역결과에 따른 주민 항의집회를 취재하면서 아주 오래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권투에서의 룰’이란 칼럼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 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해당 칼럼을 찾아 독자들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도우려 했지만 결국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겨우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끼워 맞춘 결과 다소 무례하나마 피해를 주장하는 어민들의 ‘생존권’이라는 고결한 가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들 어민의 주장 이면에 깔린 다소 우울한 배경에 더해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인접해역 어민들에게 정중히 자성을 제안드려볼 요량이다.
권투에서 선수는 규정된 룰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그 룰이 적용되는 공간은 엄연히 로프로 사각을 둘러친 링 안에서 양 선수들의 자발적 동조가 있을 때 게임의 질서를 유지하며 치러지게 된다. 이같은 권투게임을 왜 이 집회 상황에서 떠올리게 됐는지 하나하나 이해당사자들과 권투게임의 요소를 대입시켜 적용해 보자.
이 권투게임은 작게는 보상 협의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틀이 될 수 있겠고 선수는 당연히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어민과 골프장 조성사업자다. 그리고 이들 둘의 합법적인 승부를 벌여야 할 룰은 양자가 합의한 용역조사 합의와 이에 따른 결과가 될 수 있겠다. 당초 현재 집회를 주도한 어민들에게도 이 룰에 따른 경기 참여 기회가 보장됐음에도 본인들이 자료 제출 등 선수로서의 의무를 애써 회피한 채 링 밖에서의 승부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존의 링에서 경기를 치른 다수 어민들은 일부 이의제기가 있지만 대다수가 이 룰에 따른 게임의 결과에 승복하고 일부 이의제기가 있는 어민들도 여전히 링 안에서 게임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의 승리를 다른 방법으로 쟁취하겠다고 링 밖에서의 새로운 게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인접해역피해대책위 소속 어민들의 주장은 이 게임을 구성하는 룰에 합의한 상대방 선수도 나서지 않고 앞서 게임의 룰을 정하고 과정을 지켜본 심판(남해군)도 없는 링 밖에서의 나홀로 게임을 제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이번 집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관계자는 이번 상황을 교통법규에 빗대어 묘사하기도 했다.
시속 60km의 제한 속도가 규정된 도로에서 자신의 차가 200km를 넘나드는 성능을 자랑한다고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것은 엄연한 법규 위반이다. 협의에 따라 사회구성원 다수의 안전을 담보하고 공익을 지향하기 위해 정해진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하는 것처럼 다수의 합의와 민주적 협의에 따라 정해진 규범과 절차에 따라 도출된 결과를 부정하고 과속하는 것과 규정 자체가 그릇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적인 시민 소양에 비춰서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함의를 담은 묘사다.
다시 권투게임에서의 상황으로 돌아와 심판의 역할을 담당한 남해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이번 집회의 배경을 취재하던 중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집회 어민들의 반발과 민원을 유발한 책임이 일부는 남해군에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유인 즉 남해군이 자신들의 중재로 정해진 게임에서의 룰과 경기 중 엄정한 룰이 지속되는가 관리해야할 심판의 자세에서 심판의 판정이 물리적 대응이나 집단 민원에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권투경기와는 달리 불안정한 사회 구조에서 특히 민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남해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지만 이 게임에서 남해군의 역할은 이 게임을 규정하고 있는 룰이 얼마만큼 잘 지켜지고 있는가, 선수들의 규정위반은 없는가를 확인하고 지도해야 할 심판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심판의 역할을 링 안에서 행해지는 선수의 부정행위에 대한 지적은 물론이고 링 밖에서 치고 받는 선수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때로는 게임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골프장 조성 이후 숱하게 제기될 각종 민원이 민주적 협의의 틀을 벗어나 ‘룰을 위반한 떼쓰기’, ‘장외집회를 포함한 물리적 대응’으로 일관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남해군의 엄정한 심판으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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