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날씨가 흐려서 화려한 일출을 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경제, 혼란스러운 정치, 연이어 전해지는 학교폭력, 장애인 성폭행을 비롯한 범죄 소식, 기업인들의 부도덕한 정치로비, 점차 드러나는 정권실세들의 비리의혹 등 즐겁지 않은 마음을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달래보려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우리 남해도 날로 침체되고 있는 경제 상황을 비롯해 각종 비리사건과 사회적 갈등, 사회발전을 위한 희망의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군민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지난 한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보든 말든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남해 공동체를 떠받혀 온 분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희망을 일구어 가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 저기를 돌아보아도 살림살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누구 탓, 누구 탓을 합니다. 물론 남해의 발전을 위해 대표격으로 나선 사람들은 그들의 역할에 충실해 좋은 방향으로 지역사회를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남 탓이 아닌 스스로의 적극성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한국사회의 경제발전, 정치안정이란 대명제 뿐만 아니라 남해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목표는 누구 한사람의 역할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본들 좋은 결과가 있겠느냐” “내가 나서서 뭘 할 수 있겠어”하는 자조적인 말과 지도층에 대한 책임론만 무성히 쏟아내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남해인이 늘 간직했으면 하는 올해의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것은 ‘수적석천(水適石穿)’입니다.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흔히 쓰는 말입니다. 채근담에 나와 있는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繩鋸木斷 水滴石穿 學道者,須加力索 : 새끼줄로 톱질을 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로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더욱 힘써 구해야 한다)’에서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물방울 하나는 아무 힘이 없지만 이들이 모여 세월을 두고 부딪히면 돌도 뚫어내는 힘이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의 작은 섬인 남해군이 대한민국의 변화과정에서 뭘 해낼 수 있겠습니까. 힘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남해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자조적인 말을 하는 순간 순간 사회발전의 기회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만 더 가지고 작은 하나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크게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그 분야가 자원봉사이든, 시민사회운동이든, 정치활동이든, 문화분야이든, 복지분야이든, 교육분야이든 막론하고 작은 힘을 모아서 끈질기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지가 있고 바른 방향성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면 짧은 시간에도 큰 힘을 모아내고 바람직한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농어촌 국회의원선거구를 통폐합하는 안을 협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 지역차별의 대명사를 보는 듯 하고 좌절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명백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남해신문은 ‘농어촌-지방 선거구 살리기 운동’을 전국에 제안하고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겠냐구요?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해인은 2010년 대입수험생을 위한 ‘수능시험장 유치운동’을 벌여 짧은 시간에 보란 듯이 성공시키고, 2011년엔 경남도 전체 군지역에 수능시험장을 설치토록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지만 명분이 뚜렷하고 대세를 이끌어 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농어촌-지방의 대표자를 뽑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은 분명한 명분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일이기에 모두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비단 이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도층과 선각자들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발전의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끈질긴 노력을 일군다면 남해는 세계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지자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임무를 돌아보고 돌멩이에 구멍을 뚫는 물방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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