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는 이들…

70년 노하우 ‘바람길’, 60만 시민 숨통 틔워

<글싣는 순서>

⓵골칫거리 축산 쓰레기, 이제 노다지를 캔다 -獨 마우엔하임

⓶쏟아지는 ‘황금알’ 햇빛과 바람을 잡아라 -獨 프라이부르크

⓷바람과 함께 사는 사람들 -獨 슈투트가르트

오토리브, 달리는 친환경 광고판 -佛 파리

에너지 전쟁 시대다.

날마다 치솟는 기름값과 전기세. 앞으로 남은 석유 채굴 가능 매장량 1조 배럴. 전 세계 인구가 40년 동안 사용하고 나면 석유 자원은 고갈된다. 또한 인간이 쓰고 버린 쓰레기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 남해도 분야를 넘나드는 친환경 정책을 주도하며 ‘생생도시, 에코도시’로서의 명성을 구가해 왔지만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화력발전 논란 등은 에너지 산업분야의 전세계적 추세와 국가 정책의 방향, 환경정책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읽히고 있어 혼란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 본지를 비롯 거제신문, 고성신문, 한산신문, 남해시대, 양산시민신문 등 경남 6개 신문사가 공동기획취재단을 구성, 12월 4∼10일 유럽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현황에 관한 취재에 나섰다.

우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시대를 준비한 독일과 프랑스, 이들이 먼저 겪었던 갈등과 이를 통한 해법 제시, 그들의 인식과 함께 우리의 고민의 끈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바람길 만들어 대기오염 극복

슈투트가르트는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사이에 있는 남부 독일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이다. 도심면적은 200㎢이며, 거주 인구는 60만명, 위성도시의 주변 권역까지 포함하면 총 260만명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도시의 삼면이 녹지 구릉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쪽은 네카르(Neckar) 강이 흐르는 가마솥 형상의 분지에 자리한 슈투트가르트.

겨울철 추위에 견디기 위해 분지에 자리잡은 슈투트가르트시의 고전적 도시 입지 조건은 20세기 인구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대기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1900년대 초부터 눈에 띄게 성장한 공업화는 1930년대에 들어 ‘지독한 수준’에 달했다. 대기오염물질이 도시 외곽으로 빠지지 않는 분지 지형특성에 연간 평균 풍속이 초속 1m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기오염은 시민들의 건강권과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슈투트가르트의 바람길이 생성된 이유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도시문제로 대두되자 1938년 슈투트가르트시는 독일에서는 물론 세계 최초로 환경청 산하 도시대기환경부를 만들고 도시계획단계부터 대기환경과 교통소음을 차단하는 정책을 수립한다. 70여년의 오래된 역사,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이 도시의 슈투트가르트 환경청 도시대기환경부는 이제 전 세계 각국에서 이 도시의 친환경을 배우러 오는 이들로 ‘환경정책관광’의 모델로 자리 잡았고 국제적으로 최고의 부서로 인정받고 있다.

▲건축물 고도제한, 바람길 막는 건축행위는 일체 금지

슈투트가르트 도심으로 흘러드는 바람길은 세 곳<사진>.

이 세 바람길은 이 시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낮에 데워진 오염된 공기를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가 저녁에 도시 외곽지역으로 밀어내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 곳의 바람이 지나는 곳에는 고층건물은 말할 나위 없고 키 큰 가로수조차 심을 수 없도록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시 당국은 이 바람길을 유지하기 위해 건축물 제한 뿐 아니라 도심 가까운 구릉에 녹지를 보전하고 신규 건축행위를 금지했다. 바람의 경로를 따라 길과 공원의 폭을 100m 가량 충분히 확보하고 숲을 조성해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고이는 ‘공기댐’을 만들어 바람의 흐름을 더욱 강하게 한다.

이러한 정책을 실시한 결과 시간마다 1억9천㎥의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로 끌어들이고 도심의 오염된 대기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꾸준한 모니터링, 주민인식 확산과 도시계획 수립에 도움

시 당국은 도시 곳곳에 차량, 열기구, 항공기 등을 이용해 도시의 대기오염상태를 적외선을 촬영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고 저녁에는 바람이 어떤 식으로 부는가를 추적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한 가스를 살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매 30분마다 측정된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주민들이 항시 열람할 수 있게 한다. 자연스레 주민들의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진다.

그리고 이 데이터베이스는 도시의 환경지도, 기후지도 작성의 기초로 활용되고 이는 슈투트가르트시의 도시계획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바람길’로 숨통 틔우고 ‘그린 U’로 삶의 질 향상

▲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는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자갈 대신 잔디로 덮힌 전차 선로, 도심속 공원, 시 환경청 방문 당시 취재단의 모습과 환경청 건물, 슈투트가르트 도심 야경이다.

일단 바람길로 숨통을 틔운 슈투트가르트는 도시 녹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25%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도시 녹지가 알파벳 ‘U'자 모양으로 이뤄졌다 해서 이름 붙은 그린 유(Green U)프로젝트는 1990년대 도시대기환경과 열섬현상 해소를 위해 추진됐다.

시 당국은 바람길 확보의 큰 틀에서 이들 도심 녹지, 이른바 ‘그린 유’ 프로젝트를 중앙역, 주립극장, 주의회 건물, 천문관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시설과 연계해 조성하면서 도시 대기 환경정책과 도시민의 삶의 질까지 더불어 향상시키는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끝나지 않은 슈투트가르트의 도전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슈투트가르트시의 환경정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내밀집지역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하늘공원이라 불리는 녹색지붕을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건물에 설치해 한낮의 열기가 도심에 머무르는 것을 막고 시내를 관통하는 전차 선로도 자갈 대신 잔디를 심어 도심 온도를 낮추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100여년 전부터 앞선 발상과 인식전환으로 ‘개발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시 당국과 시민들의 환경의식, 이에 따른 철저한 도시계획.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 정영식 기자

<인터뷰 - 슈투트가르트시 환경청 울리히 로이터 박사>

“환경은 주민 스스로가 지키는 것”

“슈투트가르트가 지금과 같이 각광 받기까지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기관과 주민이 함께 인식하고 함께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슈투트가르트시 환경청 울리히 로이터 박사(Dr. Ulrich Reuter, 사진)는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환경오염시설이 들어설 때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그는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베이스에 주민들의 끊임없는 관심, 정책당국의 대안제시가 뒷받침 될 때 우리의 소중한 환경은 지켜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박사는 슈투트가르트 시와 시민들의 이같은 환경 인식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항상 환경보전이 핵심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례로 시의 ‘바람길’ 중간에 벤츠社의 신청사 건립계획이 맞물렸던 사례를 들었다. 결국 정치권과 경제적 논리에 밀려 건축허가가 승인됐지만 건물높이를 조정하고 지상에 녹지대를 조성하는 등 부분적인 환경보전 정책이 덧입혀졌다고.

그는 “가령 한국에서도 화력발전소 등 환경위해시설을 유치할 경우 지역민간 찬반격론이 일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뒤 ”대부분 환경 기피·혐오시설은 정치권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기 때문에 환경을 보존할 것인가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지역민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로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이뤄진 상태라면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내 집앞,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면 과연 주민들이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하는 로이터 박사.

따뜻한 가슴으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고민과 그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 차가운 머리를 지니려는 노력보다 “화력발전소를 유치하면 얼마의 돈이 우리에게 들어온다”, “이미 주변에 오염원이 널렸으니 우리도 피해만 보지 말자”는 말들로 시끄러웠던 남해…. 로이터 박사의 말 끝 물음표는 긴 여운을 남기며 우리가 이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과제를 함께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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