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⓵골칫거리 축산 쓰레기, 이제 노다지를 캔다 -獨 마우엔하임

⓶쏟아지는 ‘황금알’ 햇빛과 바람을 잡아라 -獨 프라이부르크

⓷바람과 함께 사는 사람들 -獨 슈투트가르트

⓷오토리브, 달리는 친환경 광고판 -佛 파리

에너지 전쟁 시대다.

날마다 치솟는 기름값과 전기세. 앞으로 남은 석유 채굴 가능 매장량 1조 배럴. 전 세계 인구가 40년 동안 사용하고 나면 석유 자원은 고갈된다. 또한 인간이 쓰고 버린 쓰레기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독일 연방 환경청은 최근 국가보고서 ‘에너지 콘셉트’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 연료 0%, 재생에너지 85%를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85%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건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아끼고 바꾼다”는 것. 2050년까지 19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줄어든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 남해도 분야를 넘나드는 친환경 정책을 주도하며 ‘생생도시, 에코도시’로서의 명성을 구가해 왔지만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화력발전 논란 등은 에너지 산업분야의 전세계적 추세와 국가 정책의 방향, 환경정책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읽히고 있어 혼란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 본지를 비롯 거제신문, 고성신문, 한산신문, 남해시대, 양산시민신문 등 경남 6개 신문사가 공동기획취재단을 구성, 12월 4∼10일 유럽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현황에 관한 취재에 나섰다.

우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시대를 준비한 독일과 프랑스, 이들이 먼저 겪었던 갈등과 이를 통한 해법 제시, 그들의 인식과 함께 우리의 고민의 끈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 세계적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크게 두 가지로 정의된다. 그린시티(Green City)와 태양의 도시(Solar Region). 지금의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을 넘어 '세계의 환경수도'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 가치를 갖기까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74년 접경지대인 이곳을 둘러싸고 약 30km 떨어진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접경지역에 3개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수많은 민간환경단체가 원전 건설 반대를 위해 결성됐고 이는 시민운동의 한 갈래로 현재 그린피스와 같은 세계적인 환경운동과 독일 환경운동이 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우리 취재단을 안내하고 프라이부르크 풍력발전 등 환경정책에 대한 안내를 맡았던 에르하르트 슐츠( Erhard Schulz)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 이사가 그 역사의 산 증인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시민이 중심이 된 선진적 환경정책의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는다. 1986년 환경청을 만들어 도시의 환경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른 시책을 추진했다. 이같은 계획에 의해 1980년부터 1991년에 이르는 동안 총 630만 마르크를 투자해 2,480만 마르크에 달하는 에너지 절약 분야의 투자 대비 효과를 거뒀다. 그 결과 1992년 독일 환경보전협회에서 환경도시로 지정했으며, 자체적으로도 환경도시임을 선언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태양과 바람을 파는 사람들

▲ 프라이부르크시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프라이부르크 시내에 들어서면 거의 대다수 건물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건물 상당수가 주민들의 직접 투자로 설치됐다. 인근 흑림지대에 있는 대규모 풍력발전기도 대부분 시민주주회사 형태로 민간이 투자한 경우다. 이같은 민간투자가 가능했던 부분은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합정부가 국민 누구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이 용이하도록 법령 정비에 나선 것이 큰 바탕이 됐다.

이런 토대 위에서 현재 독일 전체에서 생산되는 풍력발전 전력량은 32만MV, 풍력발전 종사인력만도 10만명에 달한다. 지난 6일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한 풍력발전소는 126명의 시민주주들의 힘으로 10년전 세워졌다.

이 발전소에서는 평균 33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생산전력량은 주택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풍력발전만으로 독일전체 필요전력량의 65%를 충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라니 독일내 풍력발전, 신재생에너지의 국민인식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은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다시 전기회사에 팔아 수익을 얻는다. 2007년의 경우 600만KW이상의 전력을 생산해 이를 전기회사에 되팔아 약 200유로에 달하는 초기 투자액의 10%를 이미 벌어들였을 정도다. 약 20년 정도면 초기 투자비용의 250~300%를 벌수 있을 것이라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내와 햇볕과 바람을 이용해 환경 보전과 수익 구조 형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워가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 당국과 시민 손잡고 친환경정책 '박차'

누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시 당국와 시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는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일반가정과 기업, 공공기관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면 보조금과 저리 융자를 제공한다.

생산된 에너지 중 자가 수요를 충족한 여유전력은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수 있는 제도적 정비도 갖췄다. 당연히 시민들이 시 당국의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환경정책에 환호할 수 밖에 없다.

태양에너지는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에너지 자원의 정점에 있다.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높이 60m의 중앙역 솔라타워, 회전형 태양광주택인 헬리오트롭과 보봉 지구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소개돼 일반인에게도 친숙하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주택은 에너지 소비의 주체가 아닌 생산주체의 개념이 강하다. 그정도로 수많은 개인주택들이 시 당국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고 자체 에너지 수요 충족 및 잉여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시의회는 1992년 에너지저소비형 건물을 짓는데 단열재 확충과 태양광 활용 등 에너지 저소비형 설계를 의무화하는 법제를 정비했다. 초기 건축비용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에너지 저소비를 통한 시(市) 전체의 환경정책과 소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확고한 도시 정체성, 새로운 산업으로 승화

프라이부르크는 세계의 환경수도를 자처하며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마저 끌어왔다.

▲ 움직이는 태양을 따라 도는 주택, 헬리오트롭. 안에 작은 사진은 헬리오트롭을 축소해 제작된 모형의 모습이다. 아래 축을 중심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며 태양광 집열효과를 극대화한다.
이같은 친환경에너지정책으로 인해 프라이부르크는 각종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와 연구소, 관련기업들이 몰려드는 환경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100여개국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제태양에너지협회가 1995년 미국의 피닉스에서 이곳으로 이전했으며, 유럽 재생에너지 관련 대표기구인 '유로솔라'와 세계최고의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인 '프라우엔 호퍼'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태양에너지 산업관련 벤처사업가, 건축가, 공무원, 전문가가 참여하는 유럽 최대의 박람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어 '태양관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공동취재단과 같은 환경관련 언론인, 지자체 공무원들의 방문도 이같은 태양관광의 한 유형이다.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정책은 이 대목에서 단순한 환경적 접근을 넘어 완벽하게 구현된 도시 이미지가 어떤 파급효과를 끌고 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도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꾸준한 정책과 주민들의 인식이 한 호흡으로 갈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는지 프라이부르크는 도시가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면서 ‘보물섬 청정남해’와 ‘화력발전 유치’라는 상반된 주장 속에 널뛰고 있는 우리에게 “니들의 정체가 뭐니?”라는 시사성강한 질문을 던졌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정영식 기자>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獨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 에르하르트 슐츠 이사

“시민의 힘이 만든 친환경에너지정책”

인류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단의 질문에 슐츠 이사는 1972년부터 측정한 이산화탄소 측정치를 내밀고 이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지구 기온에 대한 데이터를 내밀었다. 기온이 오르면서 극지방의 얼음은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각종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끊임없이 증가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뭔가 해야한다고 느끼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슐츠 씨.

그는 1975년 원전 설립반대 일선에 뛰었던 프라이부르크 환경사의 산 증인으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도안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보급에 헌신해 온 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을 활용한 투자가치는 무한대라고 이야기 하는 그는 “환경정책은 정책이나 정부의 의지가 아닌 주민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교육수준, 이로 인한 고급 엔지니어의 육성 토대, “한 걸음만 떼면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그는 거듭 환경정책의 주체는 시민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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