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식 도입이 아닌 철저한 환경 분석, 성공요건

외형적 성장 이면, “처절할 정도의 끈질긴 토론 있었다”

<글 싣는 순서>

① 뉴컨텐츠, ‘죽은 체험’에 활력을 불어넣다

② 벤치마킹? 난 그런거 몰라!

③ 체험, 바다에서 진화를 꿈꾼다

지난 보도에 이어 이번주 두모마을기업의 기획기사를 이어간다.

지난주 편집자 주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이 기획기사의 취지는 두모마을의 외형적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외형적 성장세를 이루기 위한 마을의 철저한 준비와 고민, 단순히 죽어가는 체험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얹어 소득을 올린 두모마을의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과정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로 해양레저, 레포츠 문화를 접목한 남해군 체험마을의 동반 성장, 이를 통한 남해군 전역의 이코투어리즘 정착에 기획의도가 있다. <편집자주>

※연재 보도에 앞서 지난 보도 내용 중 두모마을기업 CEO는 손대한 체험위원장이 아닌 정장백 두모마을 이장으로 정정합니다.

▲벤치마킹, 미명 뒤에 숨은 독(毒)

정장백 두모마을 이장은 두모마을의 성공사례를 찾아 배우러 온 이들에게 “단순히 그냥 똑같이 하기 위한 것이라면 절대 하지말라”는 조언부터 한다고 했다.

혹자는 이런 정 이장의 말을 두모마을의 외형적 성장의 요인을 단순히 자기 마을만의 자산으로 독점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할지 모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예측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오해다. 이미 두모마을은 워터파크 프로젝트 2기사업이란 프로젝트명으로 두모마을의 성공사례를 남해군 전역에 확산시키겠다는 중장기 목표가 세워져 있기 때문에 그릇된 예측이라는 것이다.

정 이장이 말하는 것은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뒤에 숨은 독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나온 조언이다. 먼저 벤치마킹의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면 특정분야의 우수한 상대를 표적으로 자기 기업과의 성과차이를 보고하고 그들의 뛰어난 운영프로세스를 배우면서 자기 혁신을 추구하게 하는 이제는 보편화되고 정형적인 경영기법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적어도 군내 체험마을에서 벤치마킹은 상대의 뛰어난 운영프로세스를 그냥 가져다 붙이는데 급급했을 뿐 자기 혁신의 전제조건인 철저한 자아 분석과 평가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금도 두모마을을 찾는 몇몇 이들은 단순히 이 마을의 활력소가 된 킬러콘텐츠인 카약만 들여와 자기 마을 앞바다에 띄우기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오는 이들이 왕왕 있다.

정장백 두모마을기업 CEO는 이미 이런 수준의 벤치마킹이 공멸의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깊이 체험한 이다.

아는 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개매기체험’이 대표적인 예다.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농가체험, 토종앵두 수확체험 등 농촌체험마을로서의 콘텐츠 활용에 한계에 부딪힌 두모마을은 체험프로그램의 새로운 콘텐츠 확보와 외연확대를 위해 인근 바다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고 거기서 발굴된 프로그램이 ‘개매기체험’이다. 사실상 이 체험프로그램의 원조가 두모마을인 셈.

그러나 두모마을에서 시작된 개매기체험은 체험마을 환경조건이 대동소이할 정도로 비슷한 군내 체험마을 어디서나 가능한 형태라 그냥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의 벤치마킹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자기 혁신의 노력 없는 무분별한 모방은 얼마지 않아 개매기 체험을 그냥 그저 그런 ‘덤핑체험’으로 치부돼 체험객들의 저가 체험요구 증가, 늘어난 수요를 역으로 이용하는 활어 공급자들의 ‘장난’으로 운영원가의 상승만 높인 채 체험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투자 여력만 줄여놓고 말았다. 그 경험을 온 몸으로 체득한 정장백 이장의 조언은 그래서 자기 마을만을 위한 욕심으로 치부해 넘기기에는 그 속에 담긴 의미가 크다.

▲벤치마킹, 난 그런거 몰라!

사실 두모마을의 성공사례는 이제 군내 체험마을을 넘어 마을기업을 꿈꾸는 많은 농어촌 마을의 벤치마킹 사례로 손꼽힌다. 이미 많은 언론이 이 두모마을의 성장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것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올라선 두모마을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그러나 정작 두모마을의 오늘이 있기까지 이 마을 주민들이 노력해왔던 부분에서 벤치마킹의 영역으로 분류할 만한 선진사례 수집의 예는 지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해양레저 선진국인 미국, 호주 등의 기존 사례에 대한 고병국 씨의 충분한 사전 경험과 지식이 벤치마킹으로 분류하자면 할 수 있는 예이다.

그러나 이들이 카약을 도입하고 방문객수 및 체험객 수를 전년 대비 250~300% 이상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이 선진사례를 접목시키기 위한 철저한 자기 분석이 가장 큰 바탕을 이뤘다.

해양레저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천혜의 자연지리적 환경분석은 이미 외국에서 다양한 해양레저 경험을 쌓아온 고병국 씨가 두모마을로 거주지를 옮길 정도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전 분석이 이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자신의 거주지를 옮기기란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병국 씨의 이런 아이디어가 쉽게 이 곳 두모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거듭 강조하지만 ‘죽어가는 마을, 죽어가는 체험프로그램’에 새 숨을 불어넣고자 했던 정장백 이장과 정구용 어촌계장, 손대한 체험위원장 등의 마을 지도층의 지속적인 고민이 고병국 씨의 해양레저 활용구상과 맞물렸고, 실질적인 실무 추진력으로 이어지며 체험마을 회생의 기초를 닦았다.

▲이들처럼 할 자신 있다면…도전하라

마을 이장을 비롯한 마을 집행부의 의지만으로 마을 전체가 변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 마을자체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군내 마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집행부의 의지는 체험마을에 카약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닦아준 것이지만 반농반어 바다를 터전을 살아가는 이 마을 어민들에게는 생존권와 맞물린 위험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인 셈. 그 어민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데는 오래고 끈질긴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단 그 인내를 조금 덜어준 것은 너무나 열악하게 퇴보해 버린 마을의 현실에 모든 마을 주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 하나를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었다.

두모마을기업의 핵심콘텐츠가 되는 카약을 비롯한 해양레저 접목을 목표로 하는 워터파크 프로젝트 허브로의 두모마을의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밤새는 줄도 모르고 회의와 끊임없는 토론을 해야 했고 철저하게 화두를 던지는 측과 이를 받아 어촌계는 어촌계 나름대로, 마을회는 마을회 나름대로, 현재도 약간의 영역을 나눠 이뤄지고 있는 체험마을은 체험마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철저하고 진지한 자기들의 고민을 나눠가졌다. 이 과정의 변화를 고병국 씨는 자신 가족이 두모마을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마을 주민들과 교류한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 지난해 고스톱 10회가 올해 3회로 줄었다는 나름의 변화를 들어 비교했다. 10번 고스톱 치며 해양레저 접목에 대한 주민설득의 작업이 이제 3회로 줄어들 정도로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다는 의미다.

이들 마을주민들의 비전 공감대 형성은 군내 어느 마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회의체를 만들어냈다. 마을개발위원회를 모체로 마을기업의 추진사업 전반을 총 4개 분과로 나눠 논의할 수 있는 회의체를 만든 것. 네 개 분과는 마을기업이 올해 추진할 계획인 다랭이 캠핑장 조성에 필요한 마을주민간 토지 문제 협의를 주로 담당할 토지협의 분과, 마을의 주변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각인효과를 전해 줄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향토문화분과, 카약·스노클링 등 수상레저분야 기반시설 조성 및 각종 제반업무를 토의하는 수상레저, 수상레저 안전과 늘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마을 어민들의 생존권을 우선 논의해야 하는 어촌계 등 4개 분과 회의체를 만들었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두모마을만의 것이다.

벤치마킹은 철저한 자기혁신이 전제다. 자신의 자산을 평가분석하고 이 자산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보완하고 논의할 수 있는. 단순히 카약 100척을 들여 두모마을과 같은 체험프로그램의 성장을 꾀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과연 이들만큼 치열하고 지속적인 고민과 프로그램 발굴의지, 그 안에서 이해관계가 얽힐 수 밖에 없는 마을주민들간의 공감대 형성을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자문해 보라. 그리고 자신이 있다면 도전하라. <다음호에 계속 이어짐>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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