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의 역사성에 남도의 맛 어우러져 가족관광객 호응↑

남해와 비슷한 산업구조, 오히려 남해보다 더욱 열악한 재정자립도. 인구 4만2천여명, 전남 강진의 현주소는 남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남 강진은 뭔가 다른 포스가 느껴지는 곳이다. 2002년부터 9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 선정에 이어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한 단계 이름값을 올린 강진청자축제가 열리는 고장이자 남도관광 1번지로 역사와 전통, 문화, 아름다운 자연환경, 맛있는 향토음식들로 주요관광지 관광객 기준으로만 600만명이 넘는 매년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9년 가을, 남해군 자치통신사가 강진을 찾았을 당시 본지 보도를 통해 많은 군민들에게도 친숙한 전남의 쌍둥이와 같은 도시, 강진군의 대표축제,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제39회 강진청자축제 개최현장을 축제가 한창이던 8월 2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취재해 봤다.

너무나도 닮아 소름이 끼칠 정도라 했던 남해와 강진, 양 군(郡)의 대표축제를 통해 비슷한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강진의 축제 성장 배경을 살펴보고 남해군의 대표축제인 보물섬 마늘축제의 발전방향을 미리 구상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강진청자축제, 현장 훓어보기(1)

② 강진청자축제, 현장 훓어보기(2)

③ 오직 ‘청자’, 강진의 모든 것을 올인하다

④ 보물섬마늘축제, 강진에서 길을 찾다

 

 

<지난 호에서 이어짐>

무더운 한 여름, 사실상 여름은 축제의 계절은 아닌 듯 했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특히 ‘불의 축제’인 강진청자축제는 한낮 관람객들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진청자축제를 찾는 이들이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명성을 온 몸으로 느끼고 확인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은 쉽게 해소됐다.

이유는 각종 행사 동선과 핵심 프로그램의 시간대별 배분에 있었다.

더운 한낮 시간 프로그램은 크게 줄이고 각종 전시·체험행사는 실내 냉방이 이뤄지는 곳에서 진행하다보니 외형상으로 한낮에는 축제기간 90만명, 1일 평균 1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는 것이 사실상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지역 문화제에 본류를 두고 있는 축제이다보니 전국 단위의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만으로 구성할 수는 없는 실정, 지역주민을 위한 관중 참여형 프로그램, 노래자랑, 각종 초청가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은 일몰 이후, 주로 8시 이후에 집중 배치돼 있다.

9일간의 축제 일정 중 공연행사는 단 10개에 불과하지만 매일 저녁 축제장을 찾는 인원이 오히려 많다.

지역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강진읍내와의 물리적 거리를 생각하면 지역주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다소 저조할 것이라 생각됐던 부분도 자연스레 해결되는 대목이다.

한여름 저녁시간대 일상을 모두 정리하고 축제장을 찾는 강진군민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 즈음이다.

대신 낮시간 공연은 각종 단체 참여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 이미 축제 행사에 의무에 가까운 참여의지를 가진 실버댄스 체조 경연대회, 사회적 기업의 공연, 다문화가정 한마당 큰잔치 등이 낮시간 다소 휑할 수 있는 축제장에 활력을 유지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 청자가 가진 역사성을 활용한 기획행사, 전시행사와 체험행사 등은 한낮 지쳐 축제의 만족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관람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레 시원한 실내로 이끈다.

더위를 피해 들어왔던 공간에서 전국을 넘어 국제적인 도예작가의 워크숍을 접하게 되고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자연스러운 행사 구성.

대표축제다운 참신한 구성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었다.

특히 올해는 청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고려청자 천년만의 강진 귀향 특별전’이 열려 청자 축제의 품격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내외부의 평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특별전은 12세기 강진에서 제작된 국내외 최정상급의 청자를 일본 아데미츠 미술관, 선문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호림박물관 등 국내외 유수 박물관에서 대여 받아 전시한 행사로 최정상급 청자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희소성의 가치가 부각된 국내 최초 대규모의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로 평가받았다.

멀리서 청자축제를 찾은 이들에게 축제의 품격을 전달하고 좀체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을 이 곳에서 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한층 더 만족도를 더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자에게도 깊이 인식됐다.

또 축제가 황량하지 않게 느끼게 해 준 것 중 하나는 다양한 계층, 총 36종의 상시 체험프로그램이 축제장 전역에 고르게 흩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전문도예작가를 비롯, 한창 도예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전국 어린이 점토빚기 경진대회에 참가한 꼬마 도예공들이 관람객들의 눈 앞에서 바로 도예작품을 빚어내는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구경하는 일은 한여름 더위 쯤은 잠시 잊게 해 주는 청량함을 전해줬고 이외에도 청자파편 모자이크, 고려청자 문양 탁본 뜨기, 물레 성형 체험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즐기다 보면 연신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더위 쯤은 아랑곳 하지 않게 만드는 묘미를 선사해 줬다.

총 98종에 이르는 기획, 전시, 공연, 체험, 부대행사가 이렇게 효율적으로 배분·구성돼 낮시간대를 거의 비워놓았음에도 축제가 지겹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관람객이 있건 없건 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안내와 지원업무를 도맡고 있는 수많은 행사 관계자들은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휑하지 않은 편안함을 아울러 전달하고 있었다.

외부 명품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청자판매는 이곳 청자촌 강진에서 실제 청자요를 운영하는 전문 작가들이 9일 내내 상설 전시 판매행사를 펼치고 있어 강진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과 더불어 충실한 축제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주 보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형천막에서 남도의 맛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 둔 것과 학생 참여 프로그램의 다수 배치, 청자의 역사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축제라는 특색이 축제 현장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을 쉽게 만나게 할 수 있고 각종 전시행사장에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작품을 둘러보는 수많은 가족들의 만족스러운 평가를 쉽게 들을 수 있게 했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짐>

※이 취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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