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했다고 하기엔 남해군의 금년 한해는 너무 힘겹고 혼란스러웠다.

 

군내의 문제들을 짚어보면 삼성조선의 유치가 무산된 틈을 비집고 화력발전소 문제가 대두되어 극렬한 찬반양론의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농협과 재래시장상인 그리고 유통 업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아직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보조금 비리사건으로 공무원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우리가 선출한 군수부인마저도 이에 연루되어 항소심을 진행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의 공공사업에 대한 의혹과 폭로로 군민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모두 군민들의 일상과 생존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들이다. 법적인 문제는 법대로, 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는 상생의 지혜로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들이었다.

 

군 외적으로 보면 2003년부터 추진되어 왔던 한국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이 2011년 11월 29일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사실상 완전한 타결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발효를 위한 절차상의 문제만 종결된다면 당장 내년 1월부터는 FTA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최대한 축소하여 발표했다고 볼 수 있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더라도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어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누적 피해액만 12조 668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연평균 8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경상남도의 경우만 해도 농수축산 분야에서 향후 1조 1421억 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어업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내년에 5249억 원을 지원하고, 후속적으로 FTA 대응 로드맵을 수립,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군 내외적으로 이렇듯 급작스럽게 변하는 상황을 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부의 어수선한 갈등과 불합리를 안정시키고 외부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의 강구다. 특히 우리 군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수단이 농수축산과 직결되어 있다. 발 빠르게 정부의 정책변화를 읽어내고 우리가 살길을 고민하여 남해군의 농수축산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농업의 중심역할을 해야 할 농업기술센터는 법정 사건으로부터 치유가 덜 된 상태이고 주력 생산물인 마늘의 부가가치향상을 위해 설립된 남해마늘연구소도 소장이 공석인체로 좌표를 잃고 있다. 남해농협과 새남해농협 등은 내년 2월 새로운 조합장의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정작 중요한 당면과제를 해쳐나가야 할 주체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내년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커다란 양대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어느 해보다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한해가 될 것이다. 산재한 남해군민의 민생을 위한 세심한 전략과 정치적 역량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선거판의 회오리에 휘말려 살림 챙기기에 소홀하기가 쉽다.

 

이제 이 해도 정확히 한 달 남았다. 누차 강조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단지 실행하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남은 한 달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점검하고 새해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힘차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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