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홍현천은 다른 하천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 홍현천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사비 12억4440만원을 들여 하천폭을 9m로 넓히고 무너진 둑을 다시 쌓는 홍현천복구공사는 대양종합건설이 맡아 4월초 착공하여 9월말까지 완공하도록 돼 있다.

수해복구공사는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량하는 것이 원칙이고 개량하기 위해서는 하천이 가진 본래의 모습과 특성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홍현천이나 가천천, 용문사로부터 흘러내리는 용소천과 같이 주민들의 정서에 친근하게 녹아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미를 가진 하천이라면 최대한 기존의 자연성을 살리는 설계를 했어야  선진행정이라고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본지가 일부 홍현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홍현천 복구공사 현장을 살려본 결과 남해군은 전혀 그런 특성을 설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우리는 설계대로 공사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시공업체에 의해 홍현천의 자연성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주민들은 “시공업체가 주민들에게 설명했던 것과는 달리 복구공사를 하면서 하천 바닥에 있는 자연석들을 너무 많이 깨고 훼손해 홍현천이 가지고 있는 자연미를 완전히 망치는 것은 물론 하천 너무 편편하게 만들어 유속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유속이 빨라지면 더 큰 자연재해를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 현장소장은 “홍현천은 하천바닥을 통하지 않고서는 장비가 접근할 수 없어 하천바닥을 고르면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장비로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작은 돌까지 깬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시공업체에게 “최대한 자연석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라”는 조치를 내린 군 건설과 담당자는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행정의 한계를 인정한다”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현장을 다루다보니 예산상 시간상 부족한 면이 많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필요한 예산을 더 확보하여 홍현천의 자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농지를 더 사들이는 것은 물론 홍현천의 자연이 가진 유속제어 효과를 살려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는 군의 판단에  달려있다. 남해군이 과연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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