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군, 한우경진대회서 송아지 받아

남달리 소를 사랑한 소년이 있었다. 남면 가천마을에 살고 있는 그 소년은 이웃집 소 우렁이와 단짝이다. 사람이었다면 아흔이 다 되었을 우렁이는 손자뻘도 더 되는 열한 살 소년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는다.

매일 끼니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소똥도 치우고 더운 날엔 목욕도 시켜준다. 서울에 나들이를 갔다가도 우렁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 내려온다. 어린 소년의 몸으로 보통 정성이 아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유난스러웠는지 방송국에서 알고 그 모습을 찍어가기도 했다.

그 후로 1년 여⋯. 지난 달 27일 열린 남해한우경진대회에서는 조금 특별한 전달식이 있었다. 각별한 소사랑의 주인공 김종호 군(남명초교 5년)에게 한우협회에서 송아지를 전달한 것이다.

김 군에게 전달된 송아지는 이날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최고급 암송아지(낙찰가 187만원 상당)다.

정호영 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장은 “원래 올 봄에 송아지를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구제역으로 인해 이제야 이뤄지게 됐다”며 “남다른 소사랑을 보여준 김 군이 송아지를 잘 키워 남해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김종호 군은 “매일 밥 주고, 씻겨주고, 다 자라면 새끼도 낳게 하고, 계속 키우며 보살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 군이 송아지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났다. 송아지에 대한 정성은 그가 장담한대로다.

부친 김정주 씨에 의하면 학교를 파한 후에는 소하고 붙어살다시피 할 정도라고. 우렁이가 낳은 송아지는 아니지만‘우렁이송아지’라는 뜻으로 ‘우송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그러나 김정주 씨에게는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우송이를 계속 키우고 번식시키려면 축사를 만들어야하는데 국가지정명승인 가천마을 특성상 축사 짓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주 씨는 “종호가 소를 계속 키워 가족을 늘려가겠다고 하니 마을과 떨어진 곳에라도 땅을 사서 축사를 지어야할 형편”이라며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소를 사랑하는 종호의 착한 마음이 오랫동안 간직되도록 배려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김종호 군은 오빠가 됐다. 우렁이는 옆집 소지만 우송이는 김 군의 소다.

나이든 우렁이와 달리 우송이는 김 군이 어른이 될 때까지 천수를 다 할 염려도 없다.

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 역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작은 목동 종호군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을 것이다.

농부를 꿈꾸는 작은 목동과 그의 소는 훗날 전국한우경진대회에서 남해한우의 우수성을 당당히 증명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한편 김 군과 소의 사랑 이야기는 지난해 8월 9일부터 13일까지 KBS인간극장에 ‘내 친구 우렁이와 종호’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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