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낚시꾼, 불법 쓰레기 투기 심각

자발적 환경의식, 홍보·계도 미흡해 ‘아쉬움’

▲낚시철을 맞아 남해 곳곳의 갯바위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선구마을 방파제에 버려진 쓰레기 박스

심한 일교차로 감기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보물섬 남해, 곳곳의 갯바위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일교차 탓은 아니다. 농어, 감성돔 등 가을 제철 바다 손맛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낚시꾼들이 갯바위에 고스란히 남겨놓은 흔적 때문에 오늘도 갯바위는 심한 몸살에 시름하고 있다. 특히 낚시 포인트로 인기가 높은 남면 선구마을에서 가천마을까지 이르는 일대 해안가에는 이달 초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강태공들로 더욱 심각한 상황.

이 일대 갯바위와 방파제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먹고 버린 소주병, 컵라면 용기, 쓰고 버린 미끼, 담배꽁초와 담뱃갑, 심지어 으슥한 곳에는 인분마저 곳곳에 널려있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양도 만만치 않아 수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해안가 갯바위 쓰레기는 인근 마을 어촌계에서 자체 수거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마을 주민의 고령화와 험한 지형, 많은 양 때문에 수거에도 적잖게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항촌마을 주민은 “낚시꾼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하루에만 5~6가마 분량의 쓰레기가 모인다. 매달 군청 청소차가 와서 수거해 가는데 5톤 트럭 한 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고 말한 뒤 “잡은 물고기, 본인 낚시장비 말고는 다 버리고 간다. 잡은 고기는 챙기면서 제 쓰레기는 왜 다들 놓고 가는지”라며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의 행동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낚시꾼들의 해안가 쓰레기 불법 투기로 인해 골치를 앓는 것은 행정 당국도 마찬가지. 남해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바다환경 보전을 위해 연간 약 9천여만원의 예산을 책정, 해안쓰레기수거사업을 실시하고 경고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쓰레기 투기를 일삼는 낚시꾼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뾰족한 대안 마련은 힘들다”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차량을 이용한 쓰레기불법 투기 방지 홍보 방송을 실시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고.

행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이나 낚시객들은 이 일대에 서있는 홍보 안내판 등이 낡고 오래돼 눈에 잘 띄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해안가 갯바위 쓰레기 문제를 전적으로 행정 당국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 새삼스런 대안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낚시인들의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 노력 등 환경인식 변화. 현장에서 만난 한 낚시인은 “하루 이틀된 문제는 아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뒤 “자기 쓰레기는 스스로 챙겨가거나 적어도 수거가 용이한 도로변까지는 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 낚시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낚시인들의 동참을 당부하기도 했다.

남면 일대의 낚시인 집중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비단 이 뿐만은 아니다.

주요 낚시포인트 인근 도로는 노변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심한 날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라는 주민의 말.

이 주민은 “이 곳은 낚시꾼 뿐 아니라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이 지나는 곳이다. 평소에도 좁은 노폭과 심한 굴곡으로 가뜩이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데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을 경우 차량 교행도 어렵고 인근 주민들의 영농에도 상당한 방해가 된다”며 “도로 관리 당국의 관심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행정 담당부서에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데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해군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해당 구간 도로는 낚시인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한 개 차선 정도를 확장해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독일마을 주차장 확장공사가 마무리된 후 이 구간에 대한 예산확보와 확포장 검토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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