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찌는 듯한 무더위가 찾아 올 즈음 갑작스레 쓰러진 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기증해 군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천사’ 이화숙 주무관이 다시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19일자로 자신이 일하던 서면사무소로 돌아온 이화숙 주무관.<사진>
남해신문이 이화숙 주무관을 군민을 대신해 먼저 만나 봤습니다. 
보도 당시 이 주무관의 선행으로 전해진 훈훈한 감동과 함께 무더위 속에서 기분 좋은 미담을 전해줬던 그녀, 청량한 가을바람과 함께 돌아온 그녀는 이전에 전해들은 것보다 훨씬 더 밝고 화사한 웃음까지 되찾아 돌아왔습니다.
마늘축제 준비로 너나할 것 없이 바쁘던 즈음,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진 어머니의 소식을 전해 들었던 당시. 화숙 씨는 간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의료진의 의견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사실 생각지 못했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순간, 그 순간을 화숙 씨는 어떻게 기억할까요. 짧은 대답이지만 그 속에 담긴 여운은 강했습니다.
“엄마니까요….” 화숙 씨 뿐만 아니라 삼촌들도 함께 간 이식 여부를 가늠하는 검사를 받았지만 화숙 씨는 ‘엄마’기 때문에, 어린 조카들을 비롯한 삼촌 가족들에 대한 생각까지 얹어 자신의 기증을 결정했답니다.
시집도 안 간 아가씨가 배에 20cm 가까운 흉터가 남았지만 이 주무관은 건강해진 엄마를 생각하면 ‘기분 좋은 상처’랍니다. 일종의 훈장이랄까요.
이식 수술을 결정할 당시까지만 해도 의식불명의 엄마는 딸의 몸 일부가 자신에게 옮겨진다는 것조차 몰랐고 수술 후 회복에 혹여 지장이 생길까봐 뇌사자의 간을 기증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답니다. 함께 병원에 있으면서도 엄마가 혹여나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 탓에 다른 층 병실에서 엄마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당시를 회상하는 이 주무관.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퇴원을 앞두고서야 겨우 엄마를 볼 수 있었다는, 보고 싶은 엄마를 볼 수 없었던, 아픈 엄마를 딸이 간호하는 다른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떨어져 있어야 했던 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엄마는 이제 한 달에 한 번, 조금 더 나아지면 두 달에 한 번만 병원에 다녀오면 된답니다.
화숙 씨와 가족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소식을 듣고 정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챙겨준 직장 동료들과 이름도 얼굴도 본 적 없는 지역 주민 분들의 정성.
화숙 씨는 그 고마움을 전하는 순간 인터뷰 내내 줄줄 이어가던 대답의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할 감사함”이라는 표현으로 고마움을 전하기 시작한 이 주무관은 “모두 어려운 형편에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선뜻 결정하기 힘든 각기 나름의 상황이 있으실텐데 정말 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휴직을 배려해 준 직장 분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자신과 엄마, 가족들이 느끼고 있는 큰 고마움을 남해신문이 모든 분들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난 2009년 4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첫 공직에 발을 들인 이 주무관. “도움을 드려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평생 잊을 수 없는 도움을 받아 죄송하다”는 이 아가씨. “이제는 주변의 어려운 분들이 찾아오시면 정말 진심으로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이 받은 고마운 정성과 도움을 자신의 업무로 갚아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합니다.
수술 때문에 올 가을 면사포 쓸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지만 선뜻 수술에 동의해 준 예비신랑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예비 신부. 내년에는 미뤘던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라네요. 이번 일 덕분에 신랑감 검증은 제대로 했다며 웃는 이 주무관. 이제는 자신의 다짐대로 진정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무원의 자리에서 자신의 선행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많은 이웃들을 위한 선행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꼭 현실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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