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홍(남해향교전교.72) 
  

우리 조상들은 철이 들면 효제충의(孝悌忠義)를 가르쳐 남아 20세에 관례(冠禮), 여아 16세에 계례( 禮)라는 성인례을 치뤘는데 오늘의 성인날과는 형식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남아에게는 관을 여아에게는 쪽을 올려 비녀를 꽂았으므로 그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관을 쓰고 쪽을 올려 비녀를 꽂게 되면 더벅머리 때와는 스스로 그 행신이 달라져 성인으로서 책임의식이 정착되었을 것이다.

성인의 날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성인의 날의 뜻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바야 할 것이다.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 모든 기초를 세웠으며 40세에 사물의 이치를 체득하여 의문 나는 점이 없었고 50세에 천명을 알았고 70세에는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위정편에서 말하고 있다. 공자님은 아이와 성인 단계만을 두루뭉술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고 연령대에 따른 당위성을 명백히 선을 그어 인생역정을 절제 있게 살아 갈 것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인류의 스승이신 공자는 10대에서 30대까지의 과제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학문에 뜻을 두고 모든 기초를 세운다는 것은 학문을 통해 인간의 도리를 깨닫고 국가와 인류를 위한 신념과 철학을 스스로 실천하는 시기임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그렇게 살아 왔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에 먹여 닳우리라. 사내 20세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뒷날 누가 나를 대장부라 말하랴"는 20대 남이 장군의 기개는 그렇게도 웅장했고, 나라를 빼앗긴 섧은 시절 윤봉길 의사는 24살의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산화했고, 유관순 열사는 16세에 순국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성인이 되는 초기에 이루어진 것임을 우리는 유념해야한다. 성인의 날에 즈음하여 성인이 되는 새 세대들에게 당부한다.

첫째, 어른과 선배들로부터 인류가 살아온 지혜와 슬기를 배워야 한다. 현대가 과학 만능의 시대라 하지만 몇천년 동안 쌓아온 역사 속의 지혜를 결코 등한히 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는 사랑이 있고 인륜 도덕이 있고 평화와 안정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인류사회는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속이 차고 열매를 맺어 발전이 있는 것이다. 

둘째,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야 한다. 사회규범, 법, 제도 사람이 지켜야 할 약속들이 사방에 산재해 있다. 길을 가도 도로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밥을 먹을 때도 지켜야 할 예법과 관행이 있다. 성인은 비단 국가 법률 뿐 아니라 반드시 이러한 규범을 잘 지켜야 성인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성실한 생활 습관을 익혀야 한다. 동양 고전 중용에 성자는 천지 도요, 성지자는 인지 도라 했다. 성 자체는 하늘의 도요 성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라고 했다. 성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근검 절약으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잘 사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5천년의 문화 민족으로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오늘의 우리는 이런 훌륭한 조상의 자랑스러운 후예들이다. 세계인들이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부러워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선인의 지혜를 이어 받아 면면히 발전시키고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제를 오늘 성인이 되는 우리 젊은 세대가 착실하게 계승해야 할 과제를 짊어지고 전진하는 것이다.

  향교를 운영하는 책임자로서 새 세대에 당부할 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남여가 현대 감각에 맞는 평등으로 서로 존중하는 속에 건전한 가정을 운영할 수 있는 지혜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때다. 세계의 온 나라가 혼돈의 소용돌이속에서 헤매더라도 우리민족은 우리 조상의 지혜만 계승한다면 우리의 번영과 행복은 보장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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