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석 본지 편집인                          
  



주민자치,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헌법 제1조 2항의 선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지방자치의 모든 권력, 지역의 문제를 결정할 모든 권한은 지역주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주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단체장인 군수와 의회에 위임된다.

주민들은 군수에게 최고집행권을 맡기면서 또한 의회에도 주민자신으로부터 나온 권력, 견제할 권력을 맡겼다. 상호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도록 한 것이 주민자치제도의 원리이며, 군수와 의회의 권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여부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징표이다.

그러나 ‘남해의 자치에 대해 집행권력과 견제권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사용하는 권력만큼 의회는 견제의 권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레로 비유한다면 한쪽 바퀴는 큰데 한쪽 바퀴는 작아 기울어진 모습이며 4년 간 굴러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 모습이다. 자치가 발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암담함, 이 암담한 현실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됐지만 한편으론 의회 스스로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8일 끝난 제107회 남해군의회 임시회는 남해의 주민자치가 한쪽으로 기운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의원은 ‘이런 의회가 왜 필요하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런 고통을 겪은 뒤에야 의원들은 추경예산심사보고서에 집행부에 느끼는 불만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

민선 3기 들어 처음으로 집행부에 할말을 한 의원들의 노력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많다. 의원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집행부가 의회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왜 ‘무시’로 표현되는가? 그 본질은 ‘무시’에 있지 않다. 본질은 ‘주민자치 원리의 외면’, ‘주민자치정신의 무시’이다.

그리고 그 ‘무시’조차 의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역주민들의 생활 속에 깊이 밀착해 지역발전에 필요한 의제를 먼저 도출하고 이를 의안으로 만들어 집행부가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는 ‘의욕의 부재, 실천의 부재’가 오늘의 ‘무시’를 만든 것이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가만히 앉아있어도 공무원들이 챙겨주기를 바라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매달려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민원을 정책화하고 거기에 예산을 편성해내는 노력을 해야 했다.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기보다는 주민들이 일하는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갔어야 했다. 주민사회가 끈질기게 골프장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의회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입장이 곤란한 문제에도 발을 담가 집행부를 설득하든, 주민들을 설득하든 소신에 따라 행동해야 했다.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이 배고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안 하나라도 만들어보겠다는 노력도 없었다. 그저 집행부가 안을 내기까지 기다렸다가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의회의 일이었다. 그나마 집행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에 대해 ‘뭘 그리 꼼꼼하게 따지려 드느냐’고 짜증스런 눈치를 보내는 의원의 모습을 너무 자주 방청객들에게 노출했다.

의회는 주민자치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주민들의 삶과 고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엔지오단체와 협력하여 그들을 정책보좌역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들의 전문성을 정책생산활동에 얼마든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구와 토론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그 성취도는 달라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주요현안 중에 그러지 않을 사안이 없다.

우리는 바란다. 우리의 자치가 집행부가 낸 안을 심의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의회(주민) 스스로가 정책을 생산하고 예산을 편성하여 의결하면 집행부는 집행만 하는 자치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는 의회가 앞장서 주창하고 주민들이 동조해 전국적으로 싸워나가야 할 일이다. 정말 그럴 수는 없는가?

민선 4기 의회 전반기가 다가고 있다. 보다 더 엄중한 자성과 분발을 의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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