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만큼 교육열이 높은 곳도 없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고 그 인재들로 인하여 남해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지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들을 길러낸 부모들의 등골 빠지는 지독한 헌신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필자가 남해바래길을 눈물의 풍요로 표현하였듯이 남해의 어머니들이 바래길에 묻은 삶은 그 길 위의 모진 풍파를 다 버텨내더라도 내 새끼하나만은 반듯이 세우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자식만 있었고 당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랬다. 지게길에 흘린 땀방울이나 험한 바닷길에 뿌렸던 대가 없는 수고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사랑 방법이었다. 

잘 키워 더 큰 세상으로 보냈으나 아무도 되돌아오진 않았다. 가끔씩 정치에 목적을 둔 사람들만이 불쑥 불쑥 나타나 판을 벌리곤 제 목소리만 내다가 때가 되면 사라져 갔다. 남해는 그들을 키웠으나 그들은 마음만 있었지 고향을 위해 행동 할 수 있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은 발전을 거듭해 갔지만 남해는 쇠락해 왔다. 한 때의 영화는 다 사라지고 지금은 전국 최하위의 낙후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아직은 남해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지는 “명석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란 명성은 언제까지 지속될 런지 미지수다.

서울의 명문대학에서 교육학으로 후학들을 가르쳤고 북한문제에 대해선 대한민국 제일의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었던 남해출신의 노(老)교수가 정년퇴임한 후 남해로 왔다. 고향부모님의 절절한 애정과 남해의 자양분으로 성장하고 그 바다의 호연지기로 세상을 경영하는 인재들의 능력을 한곳으로 모으지 않으면 남해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년간에 걸쳐 사람을 찾고 방향을 설정했다. 노구를 이끌고 혼자서 이리저리로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남해지역 발전을 위한 보물섬남해포럼을 창설하였다.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눈물겨운 열정이었다. 

남해를 사랑하는 남해출신 전 현직 대학교수들이 중심이 되었고 내외 기업인 몇 분들이 힘을 합하여 발전적 취지에 동참하였다. 남해군도 역할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 갈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1년, 지난 8월 12일 남해대학 대강당에서 창립1주년 기념세미나가 열렸다. 발전방향과 현안문제들을 중심으로 인구, 교육, 노인의료, 관광, 농업경영, 해양수산 등의 분야에서 해당 전문교수들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남해군정 주요사업을 중심으로  남해군 헬스케어 시범도시 육성, 해양레져 산업의 현실과 미래전망, 남해군 문화관광 브랜드 개발과 실천방안,  남해군 친환경 농업의 실천과제와 방법, 한려대교의 건설과 남해발전의 미래 등의 주제발표가 잇달았다.
그리고 첨예한 화력발전소 문제를 두고 자유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老)교수는 남해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서의 포괄적 언급을 통한 포럼의 방향제시를 가늠해보자는 취지에서 깊이 보다는 폭넓은 분야에서 주제발표자의 다수 참여를 기획하였고 이를 통하여 포럼의 응집력과 남해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일차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었다.  

당연히 포럼에 참여했던 발표자들은 제한된 시간에 쫓겨 제대로 내용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준비의 소홀함으로 내용면에서 참신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세미나를 준비했던 집행부의 생각으론 수많은 교수들이 바쁜 일정을 할애하여 고향을 방문해서 열정적으로 남해에 대한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다행스러운 결과였다고 자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남해에서 수박겉핥기식이라도 이런 형태의 고민을 시도해 본적이 없었으니 오늘을 교훈삼아 방법론을 새롭게 강구한다면 남해발전을 위한 엄청난 에너지를 유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의 일부 언론들은 “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보물섬 남해포럼 창립1주년 기념 세미나는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가 없는 행사였다. 방만한 주제와 허술한 행사 운영, 해결방안과 실천방안을 내놓았지만 해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남해의 발전과 미래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확실한 콘텐츠를 가진 세미나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심지어는 당일 화력발전소 유치와 관련된 자유토론이 있었던 걸 두고 학자의 양심을 거론했고 군민의 혈세나 축내는 지원을 받아서는 지성인으로 존경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정군수의 지지자 모임인 부남회나 남해안발전소와 다름없는 단체로 규정했다. 곡학아세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치욕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포럼의 대부분 회원은 자질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적어도 남해출신 학자들 중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꼽으라면 손안에 들어가는 재원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생각을 모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동안 관심 밖의 고향문제가 관심의 대상으로 수용되는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큰 틀에서 이해하고 격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논문집을 만드는 비용을 포함하여 오 육백만 원정도가 들어간 세미나의 개최비용에 대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마치 2천만 원이란 엄청난 금액을 써 가면서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기사화하는 것도 그렇고 세미나의 본질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엽적인 특정사안을 두고 포럼전체의 명예나 인격적 모독이 느껴지는 기사로 인하여 어렵사리 형성된 인재풀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참석했던 강연자들은 강연료가 통장으로 입금된 것을 보고 자신을 키워준 고향을 위해 응당 할 일을 한 것인데 대가를 받는 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다른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스스로 집행부에 반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질타에 비하여 그들은 남해를 생각하고 있었다. 심히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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