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준비를 하며 이들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렸던 구상은 오락가락하는 비 탓에 함께 헝클어졌다. 서울에선 물난리가 나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나고 차가 떠다닌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지난달 27일. 그 물난리에 서울에서 내려오기로 했던 작가들이 중간에 발길을 돌리고 지역주민들에게 흥겨움을 전해주기로 했던 공연팀이 다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가야 했던 그날을 이들은 “한바탕 도깨비 잔치를 치른 날”로 회상했다.
어쩌면 이들의 이런 모습에 행사답지 못하다 지적하고 꾸짖고 아쉬움을 표했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아쉬웠을 사람은 바로 이들이다. 돈을 주고도 사 올 수 없는 작품을 작가들을 직접 만나 섭외하고 작가와의 만남,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미술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미술교실을 구상하고 그 시간에 들떠할 아이들의 표정을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 이 곳을 회상하며 또 그 아이들 중 일부는 남해를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작가가 돼 있을 모습을 그렸던 이들이 느꼈을 아쉬움이란….
이들이 꿈꾸는 이 곳 길현미술관은 어느 누구의 명예와 영달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이 꿈을 키우게 하고 그 꿈이 다시 지역의 자양분이 돼 돌아오는 곳. 말 그대로 고향과 같은 곳이 되게 하는 것. 어느 누군가의 몫이 아닌, 더 솔직히 ‘길현’, ‘백상연’이 아니더라도 인심좋은 남해 사람들과 이 곳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있는 용광로와 같은 곳, 그런 곳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자 이들의 ‘꿈’이다.
작은 것이라도 매년 정기적인 기획전을 열 수 있게끔 미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이들의 정성이 모여 결국 모든 남해사람들의 숨결이, 손길이, 마음이 이 곳에 와 닿기를 꿈꾸고 바라고 희망하는 이들.
‘바다미술제’라는 이름은 상투적이지만 전시되는 작품만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매년 끊임없이 전시를 기획해 보여주고 또 모든 남해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고 향유하는 계기가 되는 특별함으로 키워 가고 싶다는 이들의 소망.
“어떤 형태라도 문화는 그 자체로 그 곳의 가장 큰 자산이다”라는 이들의 말 속, 그 자산이 커가는 매 순간마다 딱딱하지 않은 말랑말랑한,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고 그 마음이 모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 되기를…. 그 꿈이 다시 현실이 돼 또다른 꿈을 낳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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