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와 남해교육
사교육 없는 학교와 남해교육
  • 남해신문
  • 승인 2011.07.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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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의 명문 학군인 H구의 공립 신흥 명문고교 3학년 담임인 제자 부부와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제자 부인도  다른 지역의 인문계 고교 교사였기에 자연스럽게 부산의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학습자세와 실력에 관한 것이 대화의 중심 내용이 되었다.
필자는 제자에게 부산의 인문계 고교생들이 예전처럼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수가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물었다. 제자의 대답은 이미 필자도 짐작하고 있었으나, 예전에 비하여 일반 인문계 고교에 중학시절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H구의 경우 부산에서 유일한 자립형 사립학교가 최근에는 자율형으로 한 등급 낮아졌지만, 오래전부터 있는 곳이고, 부산의 경우 세칭 특목고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아서 그곳으로 대부분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부산에는 맨 처음 개교한 과학고가 전국 단위의 과학영재학교로 바뀌긴 했으나 있는 곳이고, 다음으로 개교한 과학고가 졸업생을 배출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고등학교라는 또 다른 공립 특목고가 있다. 사립 외국어 고등학교도 몇 군데 있다. 따라서, 일반 인문계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 최상위권이 줄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의 원인을 피력하는 제자의 표현이 정말 의미심장하였다. 고 3 학생들이 너무 지쳐있어 제대로 실력 향상을 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치게 되는 원인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에 의하여 강요된 사교육 탓이라는 것이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이 집중한 지역적 특성으로 학교에 다녀와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개인 교습으로 시달려온 학생들이 측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지친 채 고 3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식적이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집안이 순식간에 망하려면 각종 선거에 나가고, 서서히 망하려면 자녀들의 사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면  된다고 시니컬하게 말한다. 왜냐하면 첫째로 각종 선거에 드는 비용은 아직 한국 같은 데서는 천문학적 액수일 수밖에 없고, 당선된다고 해도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에 입후보한 사람들 가운데, 자기 재산뿐만 아니라 자녀 재산까지 날리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이 많은 것이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충분히 증명하는 사례이다. 다음으로자녀의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우선, 가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자녀의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상실시켜 궁극적으로는 경쟁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맹목적으로 학원으로 과외교섭으로 내몰고 방학 때에도 쉴 여가를 주지 않는다.  제자가 이야기한 지쳐있는 고 3 학생들 대부분은 장래에 대한 비젼이나 구체적인 삶의 설계 같은 것은 꿈도 못 꾸고 그냥 부모들의 성화에 떠밀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교육청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몇몇 학교를 지정하여 사교육을 주로 방과 후 학교에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정된 학교가 사교육 기관이 많은 도심지 학교가 아니고, 변두리 학교이기 때문에 정책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즉, 사설 학원과의 경쟁에서 공교육이 이기기 위해서는 교사들이나 학교, 나아가서는 교육청 당국이 사교육 기관과 전쟁을 치루는 심정으로 공교육의 교육학습 방법과 평가방법을 개선하고 연구하여야 하고, 교실 현장에 그 결과를 적용해야 할 터인데, 사설학원 혜택을 못받는 변두리 학교에서 공교육에다 학원식 수업을 도입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호 지역 신문에 사설학원 연합회에서 불법과외를 고발하겠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필자는 남해에도 사교육 연합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불법과외라는 것이 있는지는 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사실 사교육비가 부담이 되어 자녀를 많이 못 낳는다는 조사 결과가 이제는 공공연히 밝혀지고 있다. 자녀의 출산 기피는 농촌 지역의 선거구 획정과 같은 지엽적 문제도 야기 시키지만, 필자는 오래전부터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하여 왔다. 무엇보다 국력이 신장되려면 젊은 인구가 많아야 되는데, 출산율이 저하되면 결국 젊은이가 많아질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존망의 중요한 원인이 사교육 성행인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은 어떠한 제도나 방법으로라도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사교육 종사자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해도 그들은 다른 생업에 종사하면 되지만, 국가가 망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남해는 농촌지역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수가 선진국 수준이다. 이러한 좋은 조건에 방과 후 학습 활동에 교사들의 열의만 더하여진다면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학생들의 학력 향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국어 혹은 문학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제법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최근에 시행되는 개정교육 과정은 지금까지 국정이던 국어 교과서마저 검정 교과서로 바꾸어 그 종류가 20종에 가깝다. 그러나 개별 학교는 1개 교과서 밖에 배울 수가 없다. 이러한 제도는 개별 교과서 이해가 학습의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국어사용능력 신장이 중요한 목표이다. 이러한 능력은 사교육 기관에서 기를 수가 없다. 학교의 교사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교육과정 개편 정신에 입각하여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교사들의 연구와 학습자료 개발에도충분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남해교육지원청 이나 남해군청에서 이러한 점에 관심을 기울여 남해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전체를 명품 교육으로 만들면, 사교육 없는 학교 나아가서는 사교육 없는 남해가 될 것이다. 소득증대를 위한 각종 사업이나, 관광객 유치, 장학금 지급도 중요하지만, 남해교육의 질 향상도 남해군의 역점사업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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