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덕분에 벌이는 좋아졌지만, 노후를 보내러 온 건지, 장사를 하러 온 건지 모르겠어요”

“관광객 덕분에 벌이는 좋아졌지만, 노후를 보내러 온 건지, 장사를 하러 온 건지 모르겠어요”

 

독일마을에 거주하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교포의 아내 박모(54)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갖은 고생 끝에 군에서 마련한 독일마을에 정착하여 편안한 노후를 보내리라 다짐했지만, 최근 늘어난 관광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독일마을 주민들은 끓어 넘치는 관광객들 때문에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KBS 인기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고 난 이후부터다.

시청률이 40%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1박2일’은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이 프로에 소개된 지역은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숨겨진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해 독일마을은 지난 4월 이 ‘대단한’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그 내용인 즉 가수 김종민이 독일마을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비록 방송은 몇 분에 불과했지만 이 몇 분이 불러온 영향은 아주 컸다. 평소에는 그리 많지도 않던 관광객이 주말이 되자 끝없이 밀려들어 삼동면 전체의 교통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정체는 늦은 밤이 될 때까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오히려 삼동지역 주민들까지 피해와 불만을 토로했다.

본래 독일마을은 오후 10시가 넘어 소음을 낸다면 벌금을 낸다는 수칙이 있을 정도로 나이가 지긋한 교포들이 머무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독일마을의 고요함은 관광객들의 발소리로 인해 온데간데없어져 오히려 쉼터보다는 장사터가 된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런 관광객들은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일마을 교포들을 제외하고 중년층의 주민들은 관광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기 때문. 관광객들 덕분에 수입은 늘어났지만, 그들의 몸과 마음은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에 마을주민들 간 관광객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차례 토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하지만 단지 교통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독일마을 교포들을 위한 진정한 ‘쉼터’를 보존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관광수입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강현승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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