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편집인                        
  

17대 총선 때문에 늦춰졌던 각종 행사가 4월말 5월초에 집중되면서 군내 각 단체나 모임들의 행사뿐만 아니라 각 향우회의 행사도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창선-삼천포대교 개통기념 전국마라톤대회가 열렸고, 내달 1일에는 남해읍민의 날이 열리고, 2일에는 재부남해군향우회가 고향을 찾아와 스포츠파크에서 체육대회를 연다.

향우회, 동창회를 합하면 남해만큼 모임이 많은 지역사회는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이 시기 남해의 기관단체장이나 군의원, 그리고 각 동창회 임원만큼 행사 때문에 바쁜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행사가 많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불러주어서 고맙고 함께 어울려서 좋다.

남해사람끼리 단결하고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은 남해사람들만의 고유한 특성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해향우들은 고향에 아무리 작은 일이 있더라도 정을 보탠다. 고향사람들 또한 향우회의 작은 행사라도 꼭 챙긴다. 그들의 몸은 고향을 떠나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고향을 떠난 것이 아니다.

태풍 매미 때처럼 고향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각지의 향우들은 고향에 성금과 성품을 들고 찾아왔고 고향사람들은 그들의 정성에 큰 용기와 힘을 얻기도 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마저 없었다면 쓰러진 집을 어떻게 세울 수 있었을 것이며 떠내려간 농경지를 또 어떻게 복구할 수 있었을까?

고향을 떠나 사는 향우들의 마음은 늘 고향집 마당에 있고 마을 앞 들판에 있다. 마늘종이 올라올 땐 마늘종을 뽑으러 달려오고 나락을 거둘 땐 나락을 거두러 달려온다. 고향의 부모들은 농협에 빚을 내 도시로 나간 자식들의 살림집을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그 돈으로 자리를 잡은 자식들은 다시 고향의 부모에게 보은하는 것이 남해사람들이다.

특유의 근면함, 남보다 잘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남해사람들의 이런 특성은 어디서 생성되고 어떻게 유전되어 왔을까? '끼리 정신'은 아마도 사방의 경계가 뚜렷한 섬이 내린 특성일 테고, 그 특성은 아마도 아버지 세대에서 자식세대에게 물려주는 사회적 유전일 것이다.

재부향우회가 고향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부러 체육대회를 고향에서 치른다고 하니 새삼 남해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생각해보게 된다. 고향에서 가장 큰 향우회 행사를 치르겠다는 생각을 해내고 추진하는 재부향우회 집행부의 의지는 남해사람들의 특성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다.

재부향우회가 고향에서 체육대회를 마련함으로써 고향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두 가지가 아닐 터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우리는 고향을 사랑합니다"일 것이다.

재부향우회는 이번 대회가 작으나마 고향에 경제적인 보탬을 주려 할 것이다. 향우들은 행사에 필요한 작은 것 하나라도 당연히 고향에서 준비하려 할 것이고 부모님 쌈지에 용돈 한푼이라도 더 넣어주려 할 것이며, 남는 틈이 있다면 마늘논으로 달려가 종 한쪽이라도 뽑아주려 할 것이다. 돌아가는 길엔 '담배 한 갑, 기름 한 방울이라도 고향에서' 팔아주고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세상에 아무리 고귀한 철학이 있다하더라도 남해사람들은 남해사람들의 고향사랑에는 비교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돌아올 피안으로 고향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들의 고향을 고향에 사는 우리들은 어떻게 가꾸고 지켜가야 할 것인가? 한 평의 땅이라도 소중하게 다루며, 혼자 사는 이웃집 어른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사랑의 보물섬'으로 만들자고 한다면 너무 교훈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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