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을 평화롭게 하는 사촌, 월포해수욕장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1024번 도로에서 추천할만한 곳이 있다면 사촌해수욕장 주변이다. 사촌은 평산과 가천의 중간쯤에 있는 마을인데 시야가 트인 곳이 사촌해수욕장이라면 앵강만의 잔잔한 파도가 달려와 쉬는 곳은 월포·두곡해변이다. 남해에 머무는 동안 굳이 해수욕장을 따로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되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을 찾아 즐겨온 편인데 여름 한철만 벗어나면 남해는 어디를 가나 한가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월포나 사촌해수욕장은 남해의 큰 섬 남쪽 끝 부분에 위치한 남면에 자리를 잡고 있는 눈썹모양의 해안선을 가진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물론 이곳은 해수욕장 여건에 부합한 수심이 얕으며 넓고 깨끗한 몽돌밭이 있어 물놀이에 적합하다. 해수욕장뿐 아니라 월포에서 가천을 거쳐 사촌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미조면의 물미도로 못지 않게 아름다운 해안비경을 자랑하는 코스다. 특히 설흘산 아래 가천마을은 암수바위와 다랭이논으로 명성이 자자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다랭이논도 볼거리지만 해변가 갯바위 또한 운치를 더하는 곳이기도 하다.
월포·두곡해수욕장에는 눈앞의 바다 앵강만에서 멸치조업을 하는 배를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작은 방파제가 있는 포구로 나가면 많지는 않지만 싱싱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월포는 여느 해변 못지 않게 귀를 간지럽히는 몽돌들의 음악도 나무랄 데 없다. 특히 달밤에 노도와 앵강만을 품고 조용히 바닷가를 걷는 기분은 그만이다. 앵강만은 눈썹 모양의 해안선이 깊게 안으로 기울어져 있어 파도는 높지 않지만 늘 한결같은 풍광으로 안정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바라볼 언덕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월포

내게 언덕이란,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완만한 높이를 가진 낙원을 의미한다. 하여 언제부턴가 월포는 앵강만이라 이름하는 바다와 언덕을 가진 나만의 쉼터가 되고 있다. 
월포·두곡해수욕장은 월포마을과 두곡마을이 이어져 있다 하여 ‘월포·두곡해수욕장’이라 하고 활처럼 휘어졌다하여 옛 이름 또한 이를 따 ‘순월개’라 했다한다. 월포해수욕장은 폭70m에 길이는 900m정도지만 해변에는 소나무가 바람을 막아주고 잔잔한 자갈이 길게 깔려있어 늘 그 모양으로 파도가 달려와 부서지는 풍경은 심신을 아늑하고 평화롭게 한다. 마을 끝에 있는 작은 포구를 따라 돌아가면 낚시하기에 적합한 ‘꼭두방’이라는 갯바위가 있는데 가족끼리의 나들이라면 고둥을 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갯바위를 따라가다 보면 길은 어느새 옆 마을 숙호로 이어진다.

나는 달 밝은 월포언덕에서 여러 번 파도소리로 밤을 세운 적이 있었다. 기억을 거슬러 가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바다와 이야기하는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바다와의 이야기란 내 말을 버리고 바다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상대의 소리가 마음의 귀에 들어오면 내 말은 자연 버릴 수밖에 없는데 특별히 그 상태를 좋아한 것은 어른이 된 후였다. 그러나 아주 가끔 내 자신이 순수로 돌아가 스스로 목이 잠기는 일도 있었다. 목을 놓거나 흐느껴 우는 일은 가장 빠르게 자신을 정화시키는 행위가 아니던가. 나는 월포에서 두어 번 눈물을 흘렸다. 한번은 친구 때문에 울었고 다른 하나는 혼자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눈물 때문에 불운했다고 말할 수 없는 건 내 삶이 아직은 감동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에서 가장 오랜 시간 파도소리와 친해질 수 있었던 곳은 내겐 역시 월포다.


/ 김 인 자(시인. 여행가)http://www.isibada.pe.kr
kim8646@netian.com

밤마다 곤히 잠든 식구들 깨지 않게/싸르륵싸르륵 어머니 키질하고 계시네/남편은 철없이 보채는 아내의 등을 긁어주네/늦은 밤 언덕에 서면 서로 껴안지도 못하고/바람에 몸을 부비는 갈대들의 사랑노래를 듣네/산을 넘어온 안개가 소문처럼 바다에 퍼지고/금산을 기어오른 달이 바다 위에 길을 놓네/달빛이 놓은 길을 걸어 밤 외출을 하네/그대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온 언덕에서 은하수를 보네/노도를 지키는 아이들의 졸린 눈을 보네/산아래 가로등이 보는 것은 바다밖에는 없네/은빛수면 위로 뛰어오른 고기들이 달을 물고 바다로 돌아가네/바위절벽 해송에 세 들어 사는 풀벌레들 목청을 높일 때/파도소리가 지은 집에서 나는 단꿈을 꾸네/날이 밝아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아버지는 여전히 싸리비로 흙 마당을 쓸고 계시고/언젠가는 돌아올 그대를 아직도 나는 기다리네
- 시 <월포리> 전문 -


김인자 시인 초청 강좌
5월 6일, 케이티 3층 대회의실

남해사랑청년회가 ‘김인자의 남해사랑’ 연재해오고 있는 시인 김인자 선생을 초청해 5월 6일 저녁 7시 케이티 남해지사 3층 대회의실에서 ‘문학과 여행’이란 주제로 강좌를 연다.
시인이자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자 선생은 인도와 히말라야 여행기를 경인일보 등에 연재한 바 있으며, 8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겨울여행’이 신경림 정진규 선생님의 심사로 당선되었다. 그해 시 전문지 현대문학 7월호에 ‘볼레로’ 외 9편을 발표하며 조창환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해 활동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슬픈 농담’ ‘상어떼와 놀던 어린시절’ ‘나는 열고 싶다’ ‘겨울 판화’등이 있다.
강좌를 준비하고 있는 남사청 관계자는 “평소 김인자 선생의 글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강연회가 그의 문학과 여행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강좌에 참석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사전에 강사의 저서를 읽거나 누리방(www.isibada.pe.kr) 방문해 본다면 서로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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