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 동 대학원 의학과 석·박사, 1979년 경희대 의과대학 전임강사 부임부터 지난해 12월 명예퇴직하기까지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경희대병원에서 근무하며 내과학교실 교수로 동서건강증진센터 소장을 지낸 이. 대한소화기병학회 부회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 대한종합건강관리학과 회장·이사장·고문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파워엘리트 중 1인. 미국소화기병학회 국제연락위원회 위원 등등등. 깨알같은 글씨로 A4 용지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우고도 넘쳐있는 이력의 명의(名醫).

이달 1일 남해병원 진료원장으로 장린 의학박사가 부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받아든 그의 프로필을 받아 들고 남해병원을 찾은 지난 7일.

▲ 남해병원 장린 진료원장
서울에서 큰 대학병원에서 평생을 일했던 의사가 인구 5만도 채 되지 않는 곳의 시골병원행이라…. 연유도 궁금하고 이력에 비춰 나름 머리속에 그림을 그렸던 깐깐한 의사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남해병원 내과 장린 박사의 진료실 문을 여는 순간, 깐깐하고 꼬장꼬장하리라 생각했던 기자의 선입견은 진료실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자그마한 키에 온화해 보이는 차분한 초로의 노의사, 남해병원 진료원장으로 지난 1일 첫 근무를 시작한 장린 박사의 첫 인상은 그랬다.

제일 궁금한 것부터 들입다 물어봤다. 조금은 편안한 노후가 보장됐을 법한 분이 왜 이 곳까지 오셨냐고…. 예상했다는 듯이 나직한 말투로 웃으며 그 이후 물어볼 것까지 미리 대답하는 장린 박사.

“젊은 시절부터 나이가 들면 꼭 내 일로 뭔가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했어요. 그냥 소박한 꿈 수준이었죠. 지난 12월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희대를 떠나면서 그런 꿈을 이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됐네요. 각박하고 무표정한 서울보다 여기 와서 보니 쾌적하고 무엇보다 며칠 되진 않았지만 여기 남해분들 인상이 너무 여유롭고 편안해서 오길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천천히 나직하지만 분명하게 질문에 답하는 장린 박사의 어투에 짧은 시간이지만 진료실 안의 기운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남해의 의료현실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전국적으로 어디든 할 것 없는 대도시, 큰 병원의 의료집중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죠. 그런데 건강은 예방이거든요. 아파서 병원가면 어디든 다 힘든 건 마찬가지죠. 그런데 동네 병의원에서는 다 아시다시피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가능하거든요. 큰 병원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여기 병원에 와서 이런 저런 시설이나 갖춰진 장비들 보니 특수한 병을 제외하고는 여기서 수술이나 검진 등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에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이다 싶더군요. 더군다나 장명세 원장 같은 분은 무릎관절 수술 1000례를 앞두고 있단 소리를 듣고 놀랐어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각박한 서울생활이 조금은 싫증나 찾았다는 말과 소박한 꿈이었다는 그의 시골병원 의술인생 2막 배경을 듣고 나도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의문, “진료원장님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셔야 되는데 괜찮으신가요?”

“안사람도 같이 오려구 했는데 원체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 성당에서 이런 저런 봉사활동하느라 저보다 더 바쁜 사람이에요. 당분간은 왔다 갔다 하겠지만 병원 구내식당에서 밥이 잘 나와서 오히려 서울에서보다 더 잘 먹고 지내겠는데요. 허허”

그 말 끝에 “오래 있으렵니다”라는 말에 웃음과 함께 힘을 실어 말하는 장린 진료원장.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병원 교수, 명의에서 시골의사로 제2의 의술인생을 여는 그는 “소위 가운 입은 의사들 대체적으로 가운이 주는 권위에 취해 환자들 말 잘 안 듣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여기서 처음 받은 느낌 그대로 여유롭고 정 많고 순박해 보이는 이 곳 분들 이야기 많이 듣는 의사가 되려구요. 때로는 친구처럼. 이웃처럼 말입니다”. “참 그리고 남해신문에 칼럼 써야 된다던데…. 조금만 진료업무가 익숙해지면 원고 챙겨서 넣어줄게요”하면서 온화한 미소를 한번도 놓지 않는 그이다.

정형외과·외과 전문의 보강, 종합병원 내실 기해

▲ 왼쪽이 남해병원 정형외과 1과장 하영준 의학박사, 오른쪽이 외과 강태욱 과장이다.

남해병원(원장 장명세)은 장린 진료원장 부임과 함께 정형외과 1과장 하영준 의학박사와 외과에 강태욱 과장을 영입해 종합병원으로서 내실을 꾀했다.

하영준 정형외과 1과장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삼천포 한마음병원, 사천 제일병원 정형외과 과장, 경북 봉화 허성병원장을 역임했다. 대한슬관절학회와 대한외상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태욱 외과 과장은 충남의대를 졸업하고 마산삼성병원, 진주복음병원, 진해 서병원 외과 과장 등을 거쳤다. 2001년도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섬 아가페 병원에서 오지 의료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대한외과학회, 대한복강경학회,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유방학회 등 학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복강경 담낭 절제술 및 충수절제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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