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범종 타종식·일주문 준공 회양

남해 망운산 정상 아래에 자리한 망운사는 일반적으로는 망운암(望雲庵)으로 더 알려져 있는 산중 암자다. 고려 때 진각국사가 창건한 이래 800년 동안 수도승의 기도처가 된 망운사는 남해읍과 남해만 등을 굽어보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망운사는 찾아 올라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해마다 불공을 올리려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가 않는다. 사시사철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곳에는 사찰의 유명세 만큼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붓으로 전하는 주지 스님 또한 그 ‘인기’가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데 이에 본지는 지난 18일과 21일 망운사 주지인 성각스님을 만나 최근 일정을 마무리한 서울 예술의 전당 선서화 특별초대전과 출간과 동시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산사에서 들려오는 소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선서화’로 중생들에게 회향하는 ‘성각’

서른 다섯 되던 해에 산으로 들어와 구도의 길을 걸어온지 언 30년이 되었다는 성각스님.

출가하기 전 만화가로 활동했던 성각스님은 구도자의 길을 걸으며 말로 다할 수 없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선서화로 다하고 있다.

불교에서 회향은 스스로 쌓은 공덕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자비심인데 성각스님은 망운산에 은거한지 3년만에 천일기도를 마치고 속가에서 놓았던 붓을 다시 들어 설법을 전하고 있다.

성각스님은 본인이 그린 그림을 통해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성각스님은 부처님의 공덕을 가슴에 새기면 3천년마다 피어난다는 상상의 꽃, ‘분타리카’를 소재로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단정하고 향기롭고 고결한 분타리카는 부처님을 상징한다”는 여느 이들의 말처럼 성각스님은 보는 이들을 해탈토록 한다는 ‘분타리카’를 본인의 붓 끝에서 피어나게 해 관람객과 신도들의 관심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보는 것 만큼 읽는 것도 중요

‘산’에서의 깨달음, 책 출간

지난 2004년부터 2011년 봄 까지 성각스님은 매월 한 두차례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책 한 권에 묶어 출간했다.

늘 ‘일체유심조’를 강조한 성각스님은 중생들에게 자아를 돌아보라는 의미로 그간 게재해 온 글들을 모아 최근 ‘산사에서 들려오는 소리’ 라는 책을 발행했다.

스님은 책 내용과 관련해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이란 말을 전하며 “과거 있는 마음도 알 수가 없고, 현재 있는 마음도 알 수가 없다. 다가올 미래의 마음 또한 알 수가 없다. 자신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반야’가 필요하다. 즉 이 책 속에는 나 자신이 수행자로서 얻은 깨달음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성각스님의 ‘산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읽으면서 독자가 느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는 스님과 뗄 수 없는 관계 중 하나인 ‘선서화’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분홍색 종이에 옮겨진 ‘선서화’엔 ‘동자상’과 ‘산’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성각스님은 본인의 선서화에 동자상이 많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이 진흙같은 세상에서 때 묻은 동심이야 말로 곧 불심”이라며 “때 묻지 않는 동심은 자유요,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고 전한다.

성각스님은 여느때 처럼 번뇌에 사로잡힌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선서화, 선시 등 포교에 힘쓰고 있다.

‘중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각

지난 21일 범종 타종식·일주문 준공 회양

매일 아침 망운사 일대를 조용히 일깨우는 범종과 시시각각 망운사를 찾아오는 신도들과 등산객을 맞는 일주문 준공 회양식이 지난 21일 쌍계사 조실인 고산 대종사를 모시고 정현태 남해군수를 비롯한 기관 단체장, 신도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지난해 12월 31일 들어와 올해 1월 1일 0시를 기해 첫 타종을 가진 바 있는 망운사 새 범종은 신도, 등산객 등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번에 준공 회양하는 일주문은 산사 입구에 건립됐으며, 범종각은 정면3칸, 측면3칸의 목조 팔작지붕으로 건립되고 범종은 사찰 및 신도의 불사기금으로 조성했다.

성각스님은 타종식에서 “15년전부터 아련히 새겼던 마음이 오늘에서야 꽉 들어참을 느낀다”며 “부처님의 공덕과 불자들의 불심이 빛났다. 모두 성불하시라”고 전했다.

긴 여운으로 세상을 감싸는 범종.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일주문.

이날 성각스님은 망운사를 찾는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숨 돌릴 틈 없이 바빴으나 중생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마음 속으로 수도 없이 기도했다.

믿음은 불자 스스로의 몫이지만 부처님의 지혜가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법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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