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고현면 차면리 옛 19번 국도를 찾게 된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눈을 뺏기고 마음을 뺏기기는 설천 왕지길이나 서면 예계마을길에서도 충분하지만 항상 이 길은 꽃과 함께 사람내음을 느낄 수 있어 즐겨 찾는 곳 중 한 곳이다.

한때는 남해로 드나들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지났을 그 길엔 이제 분주함은 사라지고 여유만 남았다. 그리고 그 길가에는 예전 같이 일했던 기자가 ‘사람이 꽃에 묻혀 꽃같다’ 했던 것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꽃과 함께였다.

아직 쪽이 채 생기지 않은 풋마늘, 흙이 덕지덕지 붙은 고구마, 밭 한 켠 두렁에서 봄볕 잔뜩 쬐인 냉이며 쑥이며 시금치까지…. 꽃과 사람, 그리고 내 고향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것들로 가득한 길이다. 지금 남해는 이름 그대로 ‘화전(花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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