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일본에서 핵 난리가 났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여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강 건너 불이라면 이쪽 편에 옮겨 붙을 이유가 없으니 한가하게 바라 볼 수도 있겠지만, 방사능은 다른 문제이다. 바람을 타고 얼마든지 옮겨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관계 당국은 한가했다. ‘편서풍이 불어서 방사능은 태평양 쪽으로 불어 보내니 우리나라에 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적벽대전의 ‘조조 군사’ 생각이 났다. 

장강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은 대 전투이다.
강성한 조조에 대항하여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펼치는 전투로 삼국지연의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당시 육군은 막강하였지만 물위의 전투에는 미숙하였던 조조 군은 수전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배 멀미에 시달리기만 했다. 이에 고심하는 조조에게 거짓 항복한 방통이 찾아가 ‘연환계’를 건의한다.
연환계란 것은 배와 배를 굵은 쇠사슬로 단단히 묶고 그 위에 넓은 나무장판을 놓는 것으로 요즈음 보자면 항공모함 같은 큰 배가 될 터이다. 이 큰 배들을 서로 서로 엮어 놓으면  마치 육지와 같아서 배 멀미 같은 것은 생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넓은 배전에서 수전을 훈련하여 때가되면 단숨에 강동(오)을 몰아쳐서 천하 통일을 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환계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은 ‘화공’에 약하다는 것이다.
원래 바다나 강위의 제일 두려운 것이 화재이다. 이렇게 나무로 만든 배를 서로서로 총총히 엮어 놓았는데 화공을 당하면 불이 배와 배 사이로 옮겨 붙어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걱정하는 조조에게 방통은 그 시기가 편서풍이 불어오는 때라서 강 건너 적군 쪽으로 바람이 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바람이 아군 쪽에서 상대방으로 불어 가기에 적군이 화공을 시도하면 오히려 불이 자기들에게 붙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계책을 듣고 조조는 크게 기뻐하여 모든 배를 쇠사슬로 연결하도록 한다. 연환계가 완성된 것이다.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제갈공명이다. 제갈공명이 편서풍을 바꾸어 동남풍을 불어오게 하겠다고 호언한다. 이러면 손권의 강동군이 조조군대에게 화공을 쓸 수가 있는 것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인 제갈공명이나 방통 같은 이들은 그 시기에 주로 편서풍이 불기는 하지만 가끔씩 반대로 남동풍이 불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단을 차려 놓고 제갈공명이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기도는 일종의 쇼인 것이다. 자연의 변덕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결말은 다 아는 바와 같다. 동남풍이 불어오자 화공을 준비하고 있던 강동군의 공격에 연환계에 엮인 조조 군대는 꼼짝없이 장강위에서 불타 죽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온 우스갯말이 있지 않는가? ‘죽어나는 것은 불쌍한 조조군사’다.

기상청이나 관계당국의 말처럼 편서풍이 불기에 우리나라는 아무 걱정 없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능 제논이 검출되고 있다. 캄차카 반도 저기압을 타고 북극으로 가서 남하한 것이라고 하며 그 경로가 이례적인 것이라 한다. 적벽대전의 동남풍도 이례적인 것이었다. 자연이란 이런 것이다. 항상 인간이 자랑하는 과학의 한계를 쉽게 넘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량이라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라 하나 진압되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가한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또 있다. 동아시아는 핵의 밀집 지역인 것이다. 현재 원전은 우리나라 21기, 일본 55기, 중국 13기가 가동 중이고, 각 국이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은 우리나라 17-19기, 일본 14기 중국은 무려 77기에 해당한다. 이 원전들이 계획대로 들어선다면 2030년대에는 그야말로 동아시아는 원전 밀집지대로 변하고 그 중심에 한반도가 위치한다.

정말 가슴이 서늘해 지지 않는가? 지금부터 당장 가동 중인 원전을 철저히 점검하고, 3국 합동의 원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원전 사고시의 대처 요령도 홍보 교육해야 한다. 현재의 상항도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일본을 보지 않는가? 그저 쉬쉬하다가 사고를 키워 오지 않았던가? 국민들은 절대로 ‘조조 군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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