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지 논란보다 남해 유배문학 발전에 ‘총의’ 모여야

지난해말 본지 보도를 통해 많은 군민들에게도 알려진 바 있는 ‘구운몽 저작지 논란’.

서포 김만중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 구운몽이 남해에서 쓰여졌느냐 아니면 선천에서 지어졌느냐 하는 것을 놓고 남해유배문학관 설성경 명예관장(연세대 명예교수, 사진)과 일부 향토사학자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하는 군민들 많을 것이다.

 

설성경 교수는 지난해 말 택민국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논문지 국학연구론총 제6집 권두논문에서 그간 주장해 왔던 ‘선천저작설’을 입증할 만한 몇 가지 사료들을 추가로 발굴했으며 이런 연구결과를 놓고 볼 때, 더 이상 구운몽의 ‘남해저작설’을 주장하는 것은 학문적 연구차원에서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미 본지 보도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설성경 교수도 초창기 구운몽 연구단계에서는 남해저작설을 주장하던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1988년 서울대 김병국 교수가 일본 천리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서포연보’를 근거로 구운몽 남해저작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의 연구 근간을 흔들어 놓는 대발견이 있었고 설 교수도 “당시 이 발표로 인해 남해저작설을 강하게 주장하던 본인도 학자의 자존심을 꺾고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연구결과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서포연보의 발견으로 중앙학계에서의 구운몽 저작지와 관련한 학설은 ‘선천설’이 정설로 굳어져 왔으나 김무조 교수와 일부 향토사학계의 ‘남해저작설’에 대한 기대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설 교수가 노도에 거처를 옮기고 더 심도있는 서포 연구를 남해에서 하겠다 밝힌 지난해 여름부터 남해유배문학관 개관을 즈음한 당시까지 설 교수에 대한 남해유배문학관 명예관장 자질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기도 하다.

설성경 교수는 남해 내에서 이와 같은 저작지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 제시한 근거로 더 이상의 저작지 논란은 무의미함을 강조했다.

▶서포연보 외 선천설 입증사료 더 있다

그는 일단 “이번 논문에는 논란을 불식할 만한 몇 가지 사료와 기록들을 더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의미를 띤다"며 서포 선생이 직접 어머니 윤씨 부인을 회상하며 기록한 ‘선비정경부인행장(윤씨행장)’, ‘서포김만중행장’, ‘삼관기’, ‘송천필담’,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의 사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도표 참조>

▲ 지난해 말 택민국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논문집 [국학연구론총] 권두논문으로 설성경 교수가 발표한 ‘구운몽, 남해창작설에 대하여’에 수록된 구운몽 선천저작설을 입증하는 추가 사료의 주요 내용. 일부 향토사학자들이 제기한 서포연보에 대한 신뢰성 의문에 대해 설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다른 사료들에서도 선천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설 교수는 그간 역설해 온 서포연보의 신뢰성에 대한 부분에서 다시 기존의 주장을 거듭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일부 향토사학계에서는 서포연보의 작자 미상과 저작연대 불상 등의 이유를 들어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서포연보에 담긴 내용은 정사(正史)로 분류되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95%이상 일치하며 서포 선생의 후손들이 기리고 있는 광산김씨 문중의 제사일자와도 일치하는 등 사료의 객관성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자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이번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로 발굴해 낸 윤씨행장, 서포김만중행장, 삼관기, 송천필담,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의 기록을 살펴볼 때 서포연보에 담긴 내용과 같이 선천으로 유배 떠날 당시를 묘사한 부분에서 ‘대부인(윤씨부인, 서포의 어머니)의 시름을 위로하기 위해 쓰인 글’이 있었고 ‘그 글의 내용은 일체의 부귀영화가 모두 ‘몽환(夢幻)’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료간 통일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해설 주장, 김무조 교수를 정면으로 비판하다

그는 이번 논문에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조선조 당시 문헌 및 사료, 기록 등을 통해 본 구운몽 창작지에 대한 논의에 이어 근현대 국문학계에서 이뤄졌던 선행연구들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그가 구운몽 연구에 발을 내딛었을 당시까지 중론을 이루던 남해창작설에 대한 1950~60년대의 선행연구에 대한 기록을 논문에 담았으며 이 대목에서 현재까지 구운몽 남해창작설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조 교수의 ‘서포소설연구’에 대한 대목을 언급했다. 설 교수의 논문 내용 중 ‘김무조는 『서포소설연구』에서 남해의 지리적 상황 등을 덧보태어서 남해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서포의 남해 유배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서포가 남해 유배 때에 먼저 『사씨남정기』를 창작 이후에 『구운몽』을 창작했다’는 내용이 정리됐다.

그러나 설 교수는 김무조 교수의 이같은 논리를 뒤엎는 것으로 ‘삼관기’, ‘선비정경부인행장’ 연구를 수행했던 이가원 교수와 서포연보를 발견한 김병국 교수의 연구결과를 들며 남해저작설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설 교수는 논문에서 김병국 교수가 1992년 ‘서포연보’ 논문을 발표한 이후 학계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연구나 저술이 이어지지 않았던 점을 들어 ‘선천설’이 중앙 국문학계에 정설 내지 통설로 수용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와는 달리 김무조 교수는 2008년에 자신의 1974년 논문을 보완한 논문임을 표방, 다시 구운몽의 저작지가 남해임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이런 연구행태를 비판했다. 그리고 김무조 교수가 1974년 발표 논문에서 거의 발전되지 않은 논거를 다시 부각시키는 연구행태를 보이는 원인으로 ‘남해 지역의 일부 향토 역사학자들이 기대하는 구운몽 남해저작설에 대한 기대에 호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는 논문에서 이러한 김무조 교수의 주장이 ‘일부 향토 역사 연구가들에게 의해 확대 재생산 돼 구운몽 창작지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 뒤 ‘지나친 애향심이 낳은 부작용’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논문에서 이같은 논란을 담은 지역언론 기사를 인용, 지역 내 창작지 논란에 대한 동향을 함께 전하며 ‘전국 최초의 유배문학관이 지어진 남해에서,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유배문학을 대표하는 서포의 소설, 특히 구운몽에 대한 소개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특수성을 띤 곳’이라 강조하며 더 이상 구운몽 저작지와 관련한 논란은 서포문학의 본질과 문학성을 이해하는데 중심적인 주제가 아님을 거듭 피력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논문 결론에서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끼치는 영향이 구성원간 대립을 가져오고, 객관성을 잃은 과도한 애향심이 오히려 국문학자나 관심있는 국민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남해유배문학관과 노도 문학의 섬 조성 등 향후 명실상부한 유배문학의 산실, 거대한 관광문화사업 추진을 위해 ‘시시비비’를 적절히 가리는 『사씨남정기』의 문학정신을 닮은 결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논문의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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