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년쯤 전이었습니다. 극장도 없고 공연장 하나 없는 이곳 남해가 지긋지긋하게 심심하게 느껴지던 어느 날 어떤 이가 말하더군요. “조금만 나가면 흙길을 맨발로 밟을 수 있고 파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사시사철 모양을 바꾸는 이런 자연을 바로 곁에서 느끼고 사는 남해사람들은 ‘복’ 받은 거다.”라구요.

심심하고 따분하다 못해 심하게 표현해 진절머리날 정도로 적막한 이 곳을 그렇게 표현하는 이는 얼마전 명예군민이 되어 남해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남해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그 복을 ‘향수’라는 이름으로 담아가고 있겠죠.

독자 장성래 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그이가 말했던 ‘복’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취미삼아 남해 해안가 곳곳에서 조류 사진을 찍는다는 장성래 씨는 도마해안에서 저 검은머리물떼새 16마리를 보고 군민들과 함께 보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본지에 귀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 326호로 지정돼 있는 겨울철새구요. 남해보다 조금 더 추운 서해안 부유도에서는 관심을 갖고 보호에 나서 이제는 텃새가 돼 약 1천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설명입니다.

주로 강 하구, 해안 간석지, 갯벌 등에 무리지어 산다는 검은부리물떼새. 명예군민이 돼 남해를 떠나 지금은 마음에 남해를 담아놓고 살고 있을 그 이 마음과 이 사진을 본지에 보내준 장성래 씨의 마음,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하늘이 준 선물, 천혜의 자연 속에서 복을 누리며 사는 남해사람들. 잠시 이 사진을 보는 동안은 그 복을 함께 마음으로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정영식 기자·사진 독자 장성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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