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기는 하지만 봄이 오는 모양이다. 길을 따라 온 봄이 홍매화 꽃망울에 닿는 순간…. 모질은 엄동설한, 차가운 북풍한설 견디며 눈꽃을 피우고 얼음꽃을 피우던 홍매화는 겨우내 숨겨온 붉디 붉은 꽃잎에 봄을 담았다.

누가 매화는 향기를 팔지 않는다 해 ‘매불매향(梅不賣香)’이라 했던가? 붉디붉은 봉오리 안 봄 향기 가득하거늘…. 저 길을 따라 지게를 맨 농군의 어깨에도 따스한 햇살 담긴 봄내음이 살포시 내려앉았거늘…. 남면 상가마을 밭 언저리…. 봄이 오는 길목, 홍매화 나무 아래서….

/글 정영식·사진 류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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