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석 본지 편집인             
  


최근 남해사회는 박희태씨를 정점으로 하는 한나라당 지지세력과 김두관씨를 정점으로 하는 열린우리당 지지세력으로 분화돼 있다.

한 사회의 분화는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갈등과 대립, 조화와 타협을 통한 경쟁, 이것이 없는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두 정치세력의 경쟁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둘 중에 누가 남해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로 선택될 것인지가 가려진다.

사실 두 정치세력의 대결은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동안 서서히 피할 수 없는 조건들이 형성되고 그 조건들은 4.15 총선을 향해 익어오고 있었다. 언젠가는 부딪힐 경쟁이었다.

다만 그 시기가 이번 총선으로 앞당겨 진 것은 한나라당이 김두관씨를 장관직에서 끌어내리면서 결정됐다. 김두관 장관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보통사람들은 17대 총선을 김두관 장관, 박희태 의원 쌍두마차 체제의 지속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이 박 의원에게 “김 장관을 총선에 안 써먹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결국 박, 김씨는 이번 총선에서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자! 이제 지난 5일 덕월마을 행사장에서 김두관 후보와 하영제 군수가 부딪히게 된 사연을 한 번 살펴보자! 정치지도자들이 군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이런 일은 가능한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그 날 일의 사실과 진실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덕월마을 행사를 둘러보기 위해 섬으로 들어갔던 하영제 군수가 바지선을 타고 다시 뭍으로 나오면서 김두관 후보와 마주쳤다. 김 후보와 하 군수가 인사를 나누면서 김 후보가 하 군수에게  “잠시 이야기를 좀 합시다”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하 군수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듯 싶다. 하 군수가 김 후보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자 김 후보는 “당신, 어떻게 군수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지고자 했다.

문제는‘당신’이라는 표현이었다. 범인들 사이에도‘당신’이라는 표현 때문에 싸움이 더 크게 번지는 경우가 많다. 하 군수는 김 후보의‘당신’이라는 표현이 못마땅하고 불쾌했다. 하 군수는“지역에도 선후배가 있는데 당신이라니 너무한 것 아니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자 김 후보는 “선거 끝나고 봅시다”라는 말을 던졌다. 이것이 그 날 현장에 있었던 일의 전부다.

한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은 평소의 관계에서 형성된 의식에서 비롯된다. 김 후보는 왜 굳이 그 자리에서 하 군수에게 따지려 했을까? 김 후보는 하 군수가 이번 선거에 음으로 많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날 하 군수의 행차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김 후보는 만난 김에 따끔하게 항의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하 군수가 선거에 개입했느냐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두 사람이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불씨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김두관씨와 하영제 군수가 만나는 일이 남아 있다.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날 것인가? 두 사람의 만남은 선거결과에 따라 크게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김두관 후보가 떨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관계에 큰 변화는 없지만 만약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두 사람은 양대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점과 정점으로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라도 두 사람은 지역의 문제와 정치적 경쟁관계를 구분해서 만났으면 한다. 정치적 경쟁이 불가피 하더라도 정치적 경쟁은 경쟁이고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국회의원의 역할을 조화롭게 분담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그것만이 불필요한 분열로 낭비되고 있는 남해사회의 에너지를 지역발전과 나라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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