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뜻하지 않게 빛을 발하게 된 마을회관의 재발견. 마을 내 노후주택에서 특별한 월동책 없이 지내는 독거노인을 위해 마을회관 문을 24시간 개방한 마을과 이를 주도한 이장이 있어 주목을 끈다.

주인공은 남해읍 신기마을 박정두 이장<사진> 마을 주민들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이장은 이번 한파에 독거노인들이 개별난방은 아예 켜지도 않은 채 조그만 전열기구로 휑한 집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 마을회관 24시간 개방과 이런 상황의 주민들의 잠자리를 제공하는 임시거처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실제 군내 다수 마을에서도 야간에 주민들이 잠을 자다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 난방비 추가지출 부담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르신들의 마을회관 퇴거 시간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이장의 이런 용단은 꽤나 전향적이다.

다른 마을의 이런 부담을 박정두 이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심야전기를 쓰는 마을 특성상 비용 부담은 제쳐놓고 시작했고 안전사고 부담은 실제 주민들이 평생을 조심하며 살았는데 더 철저하다는 대답과 함께 혼자 사는 노인이 집에 들어가 혼자 주무시다 갑작스런 건강이상이 생길 경우 누가 알고 조치하겠느냐는 것이 그의 대답. 간단명료한 대답 끝 실행은 24시간 마을회관 이용이었다.

이번 한파로 개인 가정에 급수시설이 얼어붙거나 보일러 동파가 있었던 주민들도 경로당에 나와 하루 이틀 신세를 지는 일, 뜨끈한 방에 누워 밤 늦도록 옛날 마을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드는 주민들의 정겨움을 볼 때면 백번 잘 한 일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는 그는 마을회관을 지역주민 특히 노인 복지를 위한 최전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쌓이는 정으로 점점 잊혀져가는 옛 우리 품앗이, 두레문화도 여기서 다시 맥을 이어가고 주민 화합도 다져 마을의 발전동력도 만들고….

그는 이런 문화를 전 군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행정의 포괄적이고 세련된 행정지원이 있으면 한다 했다.

남해유배문학관 전시실에 가면 유배를 일컬어 ‘혹한에 피어난 꽃’이라 적힌 패널이 있다. 한파에서 찾은 마을회관의 재발견, 행정과 민간, 향우사회와 젊은이들의 혜안이 모여 우연찮게 찾은 마을회관을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생성의 산실로 만들어 보는 것을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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