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추웠다. 꽁꽁 싸매고 둘러싸도 매서운 한기는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고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다. 1월 상순만 하더라도 남해는 전국적인 한파나 대설 상황에도 비교적 잘 견디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 16일과 17일에는 수은주가 영하 10℃ 이하로 곤두박질치며 올해 최저치 기록을 보이고 평년(기상예보에서는 통상 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이르는 말로 쓰임)보다 무려 7도가 떨어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파로 얼어붙은 보물섬 남해. 19일 낮 최고기온 3.9도를 회복하며 포근한 느낌까지 전해주기까지 일주일간 뼈 속까지 쎄한 한기로 가득 했던 지난 한 주, 군내 곳곳의 상황을 지면에 담아봤다. <편집자주>
이번 추위의 서막은 사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조짐이 보였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는 소위 한반도의 전형적인 기후 형태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의 형태를 띠던 수은주가 하순에 접어들며 일 최저기온과 최고기온 사이의 일교차를 점점 벌이기 시작했고 이달 상순에는 평년 최저기온이었던 영하 1.8℃에서 4℃가 떨어진 영하 5.1℃를 기록하며 점점 본격적인 추위에 시동이 걸렸다.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면서 이른바 한파로 일컬어진 맹추위는 지난 10일 영하 9℃를 기록하며 일교차 11.6℃ 차를 기록했던 날부터 시작해 지난 20일까지 연일 10℃가 넘는 일교차를 보이며 지속됐고 16일 영하 10.4℃, 연이은 17일에는 영하 10.4℃를 기록, 올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특히 16일과 17일 연이은 한파는 찬 대륙고기압, 이른바 북극에서 몰려온 찬 기운이 한반도 전역을 감싸며 비교적 따뜻한 부산에서는 96년만의 강추위를 기록한 날로 남기도 했다.
남해에서도 이날은 평년 최저기온인 -3.4℃와 -3.1℃에 비해 7℃가 떨어져 군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군내 저수지는 물론이고 강진만 일대 해안에는 바닷물이 얼어붙으며 한창 수확기를 맞은 굴 바래 작업이 마지못한 휴식을 가져야 했으며 날씨가 다소 포근해진 지난 19일에야 바지런한 ‘바리 아낙’들이 얼음을 해쳐가며 굴따기에 분주한 손길을 놀릴 수 있었다. 지난 19일 이동 난양마을 갯벌에서 굴따기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서 만난 이 마을 박세기 어르신은 “딱 20년전 쯤, 갱번이 이렇게 얼고 올해가 처음”이라며 이번 추위가 예년보다 꽤 강도높았음을 시사했다.
기상청은 올해 이같은 추위가 1~2회 정도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평년 기상관측자료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남해의 경우, 평소 한파나 혹한에 대한 대비가 크지 않은 탓에 더 심각한 한파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요소별로 각별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