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다.
성장과 풍요의 상징 신묘(辛卯)년 새날이다. 동녘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의 정기가 온 누리를 적신다. 으르렁거리며 용솟음치는 밀물의 도도함에 남해바다는 희망으로 출렁인다. 용광로같이 뜨거운 가슴을 열고 시련을 견뎌낼 담금질을 시작하자. 무쇠의 견고함으로 우뚝 선 철옹성같이 우리의 빛났던 역사를 다시 써야할 때다.
여기가 어딘가?
남해바다 동서의 정중앙.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호구산에 서면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은 백두산 천지다. 좌(左)로는 벽련(碧蓮) 우(右)로는 숙호(宿虎)가 목단 꽃 닮은 여의주 섬을 사이에 두고 좌청룡 우백호로 용호상박하는 천하의 명당 남해도(島)다. 천지로부터 발원한 천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굽이치다 모든 기운을 풀어 내린 한반도의 마지막 축복의 땅 남해다.
발길 닿는 어디를 가도 눈 시린 절경이 있어 아름다운 곳. 가도 가도 인정에 밟혀 속 깊은 정을 나누는 사람 살 만한 곳. 총명함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수 없이 배출하는 땅.
바로 이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내 고향 남해다.
언제부턴가 위기가 찾아오고 찬란했던 제일이란 명성은 빛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적 궁핍으로 좌절했다. 지난해까지도 나를 생각하기 바빠서 우리를 잊고 살았다. 그래서 편이 갈렸고 이해관계가 틀린 생각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선거로 갈등했고, 농협과 재래시장이 그랬다. 삼성중공업문제를 두고서도 말이 많았다.
지난 시론에서 차이를 인정하면 해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같이한다는 것은 생각이 다른 차이를 지혜로 극복해야하는 타협의 기술이다. 정치란 공동의 꿈을 다스리는 것이다. 단체의 우두머리는 발목이 잡혀서도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잘 한 일에 대한 격려와 잘 못한 일에 대한 채찍이다. 그래서 더욱 잘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나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발목이 잡히면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신묘년 새해 토끼와 같이 순결하고 평화로운 밝은 눈(明視)을 뜨고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오르자.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보듯이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큰 꿈을 꾸자. 과거를 회상하며 오늘을 비판하기 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도전하는 진취자가 되자. 지금을 질곡의 시대라 한탄하지 말고 내일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당당히 존재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며 하나로 뭉치자. 우리는 남해사람이다.
나누어 가지자.
용궁에 불려간 토끼가 간을 빼앗겨 목숨을 잃기 직전 육지에 간을 빼어 두어 가지고 와서 주겠노라며 지혜를 발휘해 살아났던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를, 경주 최부자나 빌게이츠처럼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건강하고 힘 있는 사람은 노동과 인정을 나보다 덜한 이웃에게 나누어 가짐으로 같이 살아간다는 따뜻함에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한해가 되도록 하자.
솔개는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면 산정높이 올라가 제 스스로 깃털을 뽑고 부리를 바위에 부딪쳐 새로 돋아나게 해서 다시 서슬 푸르게 새롭게 수십 년을 살아간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새날 새아침에 우리가 솔개처럼 다시 일어서야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일깨우자. 하나로 뭉쳐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가지고 새롭게 웅비하는 원년이 되게 하자.
널리 알려진 기러기비행이라는 글에서 새날 우리의 좌표를 찾는다.
철새는 1년에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아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20배가 넘는 거리다. 왜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가? 환경이 바뀌면 이동해야 하는 생존의 법칙. 생존하기 위해선 목숨을 걸고 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동하지 않는다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그 먼 곳을 찾아 가는가? 태양과 별을 보고 길을 잡는다. 왜 떼를 지어 날아가는가? 기러기는 'ㄱ‘자의 편대비행을 한다. 그것이 30%의 바람의 저항을 줄여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선두를 이끌던 녀석이 지치면 서로 교대하며 방향을 인도한다. 서로 역할을 나누어 위험을 감시한다. 먼 길에 소리 내어 서로를 격려한다. 우리 모두가 한 팀임을 아는 것. 내가 먼저 행동하는 것.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격려하고 도와주는 것.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수장은 키를 잡고 우리는 하나로 뭉쳐 노를 젓자. 흔들림 없이 새날 희망의 바다로 거침없는 항해를 시작해보자. 어떤 고난 속에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가자. 지금은 우리가 하나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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