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해, 지혜롭고 슬기로운 기운 잔뜩 전해주기를…

2011 신묘년(辛卯年) 토끼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그 해를 대표하는 십이지에 담긴 동물들의 특성과 습성을 활용해 덕담을 전하고 새해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우리 민족 대대로 이어져 온 것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토끼와 관련된 지명찾기로 인근 사천 비토섬이 크게 주목을 받는 등 지명에 숨은 토끼 찾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국토지리정보원은 2011년 신묘년 토끼해를 맞아 우리나라 154만여 개의 지명 중 토끼와 관련된 지명은 158개라고 밝히고 ‘토끼골’이란 지명이 전국 15개소로 가장 많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토지리정보원은 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남이 38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경남으로 28개의 지명에서 토끼와 관련된 지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에 28개소? 남해에는 없을까? 있다면 어느 곳에 토끼가 숨어있을까.

▶토끼가 달을 바라본다! 방월마을에 숨은 ‘토끼’

국토지리정보원이 밝힌 전국의 토끼관련 지명 중 77개는 지세가 토끼모양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중 남해에서는 고현면 방월마을이 마을 뒷산이 달을 바라보고 있는 명당터,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 지세 중 한 곳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3일 방월마을을 찾아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마을 초대 청년회장, 지금은 마을 최고령인 김성훈 어르신(85세). 이 어르신이라면 제일 정확한 답을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어르신의 설명이다. “우리 동네 이름 ‘찾을 방 달 월(訪月)’은 한자 풀이 그대로 ‘달을 찾는다’는 뜻이제. 마을 건너편 천동마을 달실을 마주보고 있다 해서 ‘달실(달)을 보고 있다’, 그래서 방월이라 하제”. 마을회관에서 노인회장님과 몇몇 분이 둘러앉아 심심풀이 그림맞추기 중에도 설명은 곧잘 해주신다. 중간 중간 “홍단! 청단!”을 외치시며…. 근데 어라! 토끼가 빠졌다. 혹시나 해서 토끼와 관련된 전설이나 마을 이름풀이는 없는지 여쭸다.

▲ 토끼가 달을 바라보고 있는 옥토방월형 명당터로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에 올라있는 고현면 방월마을의 위성사진<왼쪽>. 바로 옆 사진은 본지 취재 후 마을 어르신의 증언과 고현면지, 국토지리정보원의 기록을 토대로 그려본 방월마을 뒷산에 숨은 토끼의 모습이다. 전문적인 풍수지리적 견해가 더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풍수지리에 능한 독자들의 의견이 본지에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인다.

“우리는 달실을 보고 있다 그래서 방월이라고 더 많이 알고 있는데 예부터 어르신들이 이곳 녹두산 자락 마을 뒷산이 토끼 모양이라고 하는 소리는 들었다”는 김성훈 어르신의 말씀. 토끼해, 남해에 숨은 토끼를 제대로 찾기는 한 모양이다.

그대로 고현면사무소를 향해 고현면지를 펼쳤다. 마을유래에 ‘토끼가 달을 찾는 형이라 해서 방월’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지명 중 ‘방월마을 30m 지점의 데머리는 토두촌이라고 불리고 퇴머리라고도 불리며 뒷산 줄기가 엎드려 있는 토끼형으로 되어있어 토두촌이라 한다’는 설명이 있다. 빙고!

옥토망월형 명당이라면 인물도 많을 터. 아까 김성훈 어르신이 말씀하신 동네 인물 중 4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정기 의원을 비롯해 박사도, 효자·효부도 많이 난 방월마을, 토끼의 지혜와 슬기로움이 녹아 있는 명당 중 명당이었다.

▶달구산 자락 토촌마을에 숨은 토끼

넓은 남해에 방월마을 한 곳만 있으면 너무나 아쉬울 뻔. 신묘년 토끼해, 보물섬 남해에 숨은 토끼는 남해읍 입현리 토촌마을 이름에도 숨어있었다.

뜻을 그대로 풀어도 토끼 토(兎)자가 들어간 토끼마을, 토촌(兎村.) 방월마을에서 습득한 면지 활용 노하우를 그대로 살려 남해읍지를 또 펼쳤다.

‘월구산하 복토망월’, 월구산 아래 엎드린 토끼가 달을 보고 있다. 여기도 토끼가 숨어있었다. 마을 뒷산인 월구산(달구산)에서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오래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속 주인공이 훤히 보인단다. 달 속 계수나무와 토끼가….

다다음주께 보름달이 훤히 뜨면 토골에 가볼 요량이다. 달 속 계수나무와 토끼를 보면서 올해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볼 요량이다.

▶ 토끼의 슬기로움과 지혜로움이 전해지길

신묘년 토끼해를 맞아 남해 동네이름에 숨은 토끼를 찾는 일은 어쩌면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을지도. 하지만 의미를 담자면 충분히 담을 수도 있는 일.

토끼를 뜻하는 한자 묘(卯)는 음력으로 2월로 농사를 시작하는 달을 의미한다. 또 시간으로 묘시는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킨다. 이 때는 농부들이 들판으로 일하러 가는 때다. 그래서 토끼는 대대로 부지런함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또 지혜롭고 슬기로운 동물로도 묘사되는 동물, 토끼다.

신묘년 새해, 지명 속 숨은 토끼찾기는 그래서 심심풀이 이상이다. 올해 부지런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한 우리 군민들에게 풍요로움이 전해지기를. 특출한 인재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남해에 지혜와 슬기가 더해져 더욱 살기좋은 고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올해 결실로 남기를 바라는, 그래서 남해 지명속 숨은 토끼 찾기는 올 한해 보물섬 남해에 전해졌으면 하는 희망과 꿈을 찾는 일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